[딜사이트 최령 기자] 카카오가 사업 구조를 가볍게 만드는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올해부터는 성장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는 국면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정신아 대표가 신년 메시지에서 인공지능(AI)과 글로벌을 핵심 축으로 제시한 데 이어 웹3와 원화 스테이블코인 구상까지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서 중장기 전략의 윤곽을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정 대표의 재신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정 대표 취임 이후 카카오의 가장 큰 변화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실제 실행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그룹 차원의 사업 재정렬을 통해 계열사 수를 142곳에서 94곳으로 줄이며 비핵심 사업을 정리했고 의사결정 단계를 단순화해 비용 구조도 조정했다. 이 같은 체질 개선은 실적 회복으로 연결됐다. 2025년 2·3분기 연속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연간 기준으로도 역대 최고치 경신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카카오는 2026년을 향한 성장 축으로 두 가지 키워드를 꺼내 들었다. 하나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한 AI 서비스 고도화, 다른 하나는 글로벌 팬덤 비즈니스의 확장이다. AI 전략은 카카오톡이라는 대규모 이용자 접점을 기반으로 빠르게 실험을 넓히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챗GPT 연동 서비스가 단기간에 이용자를 확보했고 자체 AI 모델 '카나나'를 카카오톡과 결합한 베타 서비스도 가동됐다. 카카오는 서비스와 핵심 기술은 내부 역량으로 가져가되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인프라 영역은 파트너십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효율성과 속도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팬덤은 콘텐츠와 IP, 플랫폼을 동시에 보유한 카카오가 중장기적으로 힘을 실을 수 있는 영역으로 제시됐다. 엔터테인먼트·게임·웹툰 등 그룹 내 자산을 유기적으로 묶어, 팬 활동이 단순한 소통을 넘어 소비와 참여로 확장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운영 중인 팬덤 플랫폼 '베리즈' 고도화 역시 이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과정에서 웹3는 단독 사업이 아닌 연결 인프라로 다시 등장한다. 카카오가 신년 메시지에서 웹3를 언급한 배경에는 블록체인을 팬덤 비즈니스의 결제·보상·참여 구조를 기술적으로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 깔려 있다. 팬 참여에 따른 혜택 제공, 디지털 자산 기반 멤버십, 부정 거래 방지, 2차 거래 수익 정산 등 팬덤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과제를 기술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웹3의 실용성이 거론된다.
카카오는 블록체인 분야에서 비교적 이른 시점부터 자체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클레이튼을 중심으로 메인넷을 개발하고 가상자산 지갑 '클립'을 카카오톡에 연동해 이용자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중화를 시도했다. 이후 클레이튼이 라인 블록체인 핀시아와 통합돼 '카이아'로 재편되면서 카카오는 직접 운영보다는 구조 재정비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톡에 탑재됐던 클립은 분리됐고 게임 부문에서 추진하던 블록체인 사업도 초기와는 다른 형태로 정리됐다.
결제·금융 영역에서는 카카오페이를 중심으로 이미 대규모 온·오프라인 결제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향후 웹3 및 블록체인 전략을 뒷받침하는 기반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클레이튼 운영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과 서비스 경험은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신규 금융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는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카카오는 글로벌 콘텐츠 IP와 모빌리티 등 기존 플랫폼 자산을 결합해, 결제와 콘텐츠, 이동 서비스가 하나의 사용자 흐름 안에서 맞물리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카카오 생태계 전반의 확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블록체인과 금융을 다시 묶어 꺼내든 배경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구상이 자리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를 중심으로 한 공동 태스크포스(TF)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는 컨소시엄 구성, 활용 사례 확대, '슈퍼 월렛' 구현, 풀스택 밸류체인 구축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로드맵을 제시하며 다양한 결제·정산 수단을 하나의 지갑에 담는 방향성을 언급했다. 지갑 간 직접 거래(W2W)를 통해 해외 송금과 결제, B2B 정산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구상도 함께 제시됐다.
반면 AI 기술 경쟁력은 정신아 대표 체제에서 여전히 검증이 필요한 영역으로 꼽힌다. 카카오는 AI를 핵심 성장 축으로 제시해 왔지만 지난해 정부 주도의 '국가대표 AI 프로젝트' 공모에서 탈락하며 기술력 입증 측면에서 과제를 남겼다. 이후 카카오는 자체 기술을 중심으로 한 보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공개한 한국형 하이브리드 멀티모달 AI 모델 '카나나-v-4b-하이브리드'는 가벼운 일상 대화부터 복잡한 논리·계산 문제까지 단일 모델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한국어를 그대로 이해하고 사고하도록 훈련된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해당 모델은 국내 AI 학력 평가 벤치마크 'KoNET'에서 92.8점을 기록하는 등 성능 지표에서도 경쟁력을 강조했다. 동시에 카카오는 '카나나 인 카카오톡'을 통해 대화 맥락을 이해해 일정 등록·알림·추천을 먼저 제안하는 '선톡'형 AI 서비스 실험도 확대하고 있다. 온디바이스 AI 구조를 적용해 개인정보를 외부로 전송하지 않으면서도 실사용 환경에서 AI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AI 전략과 서비스 실험은 정신아 대표의 연임 관전 포인트와도 맞닿아 있다. 취임 이후 '정리' 국면의 성과는 실적과 조직 재편으로 확인됐지만 이제는 AI 전략이 실제 사업 성과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될 수 있는지와 카카오톡 이용자 신뢰 회복, 팬덤과 금융의 글로벌 확장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신아 대표 체제에서 카카오는 구조조정과 비용 통제 중심의 정리 국면을 지나 다시 성장 전략을 실행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며 "AI와 팬덤, 금융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전략을 실제 사업 성과로 연결해야 하는 시점인 만큼 리더십 연속성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AI 전략의 사업화 성과와 카카오톡 신뢰 회복, 글로벌 확장 결과가 연임 판단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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