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인공지능(AI)를 '사업의 언어'로 삼은 두 여성 CEO가 공통적으로 꺼내 든 카드는 '에이전트'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나란히 AI 에이전트 플랫폼 전환을 선언하며 국내 플랫폼 산업이 AI 실험기를 넘어 실행 단계로 진입하면서다. 두 회사 모두 인공지능(AI)을 실적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삼았지만 접근 방식과 수익화 전략은 확연히 다르다.
올해 3분기 실적에서 두 회사는 동시에 역대급 성과를 냈다. 네이버는 매출 3조1381억원, 영업이익 5706억원으로 분기 매출 3조원을 처음 넘어섰고 카카오는 매출 2조866억원, 영업이익 2080억원으로 영업이익 2000억원대를 처음 돌파했다. AI 효과가 뚜렷했다. 네이버는 검색과 커머스에 AI 브리핑과 개인화 추천을 접목해 광고 효율과 체류 시간을 끌어올렸고 카카오는 톡비즈 광고 효율 개선과 '챗GPT 포 카카오' 확산으로 플랫폼 트래픽과 매출을 동시에 확대하고 있다.
두 대표 모두 AI를 다음 단계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보였다. 최수연 대표는 "에이전트N이 AI 시대의 사용자 경험 표준이 될 것"이라며 사용자의 맥락을 이해하고 행동까지 이어가는 실행형 플랫폼을 선언했다. 정신아 대표는 "AI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트 AI' 시대를 카카오가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AI를 서비스와 인프라, 산업 전반으로 확장하는 풀스택 전략을 선택했다. 검색·쇼핑·로컬·광고를 통합한 '에이전트N(Agent N)'은 내년 1분기 쇼핑 에이전트, 2분기 'AI탭'을 통해 단계적으로 공개된다. 검색창에 '초보자 러닝코스'를 입력하면 관련 장소와 후기, 인플루언서, 상품 추천까지 이어지는 방식이다. 여기에 기업 고객을 위한 'Agent N for Business'도 공개됐다.
광고·CRM·가격전략을 통합해 파트너의 의사결정을 자동화하는 구조로 네이버는 이를 통해 AI를 새로운 매출 축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네이버는 동시에 GPU 인프라에 1조원을 투입하고 세종·춘천 데이터센터를 연결하는 '피지컬 AI' 테스트베드를 가동하며 로봇 운영체제(ARC)와 디지털트윈 소프트웨어(ALIKE)로 산업 전반의 AI 전환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AI가 코드 속을 벗어나 현실 공간에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피지컬 AI'로 확장되고 있다"며 "네이버의 기술이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제조 산업 경쟁력과 결합하면 대한민국 산업의 AI 전환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아 대표의 카카오는 반대로 사용자의 일상에 녹아드는 '온디바이스(On-device)' AI를 선택했다. '에이전트 AI(Agent AI)'는 스마트폰 안에서 동작하며 사용자의 대화와 상황을 인식해 제안(proactive), 계획(planning), 실행(action)의 완결 구조를 구현한다. 핵심 모델은 '카나나(Kanana)'와 '챗GPT 포 카카오(ChatGPT for Kakao)'다. 카나나는 대화 맥락을 이해하고 회식 장소 추천이나 결제 등 일상적 행동을 대신 수행하는 능동형 모델로 인터넷 연결 없이 단말기 안에서 작동해 개인정보 보호와 GPU 비용 절감 효과를 동시에 갖는다는 설명이다.
챗GPT 포 카카오는 출시 10일 만에 가입자 200만명을 돌파하며 톡 안에서 대화·검색·결제까지 연결하는 새로운 트래픽 구조를 만들었다. 정신아 대표는 "AI가 스스로 계획하고 행동하는 시대를 카카오가 열겠다"며 금융·모빌리티·여행 등 생활형 버티컬 중심으로 AI 에이전트를 확장하고 외부 개발자 참여가 가능한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네이버는 인프라부터 산업까지 아우르는 수직 통합형 '풀스택 AI', 카카오는 사용자 단말 중심의 경량화된 '온디바이스 AI'로 방향을 달리한다. 네이버가 산업과 기업을 향한 B2B 수익화를 지향한다면 카카오는 톡 기반 AI 서비스의 유료 구독과 체류시간 확대를 통한 B2C 수익화를 노린다. 같은 '에이전트 플랫폼'이라 해도 네이버는 산업 전환형, 카카오는 생활 밀착형 모델로 진화 중이다.
AI가 플랫폼 성장의 핵심 수단에서 독립된 수익 축으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양사의 전략은 이제 기술이 아니라 생태계 확장력과 수익성으로 평가받게 된다. 네이버는 GPUaaS와 피지컬 AI를 통해 AI 인프라 공급자 역할을 강화하고 카카오는 챗GPT 포 카카오와 카나나를 중심으로 이용자 기반 유료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의 본질이 각각 '검색'과 '메신저'였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와 산업을 연결하는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풀스택'과 '온디바이스' 중 어느 쪽이 시장의 선택을 받을지가 두 리더의 다음 성적표로 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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