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한화그룹이 최근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한화의 인적분할 계획을 공식화했다. 시장의 시선은 단순한 지배구조 개편을 넘어 오너 3세의 향후 경영 구도로 향하고 있다. 특히 이번 분할을 통해 한화가(家) 삼남인 김동선 부사장의 사업 영역이 처음으로 독립적 지배구조의 틀을 갖추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인적분할에 따라 신설되는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는 김동선 부사장의 독자적인 영토가 될 전망이다. 한화비전, 한화로보틱스 등 첨단 테크 분야와 한화갤러리아, 호텔앤드리조트 등이 신설법인 아래에 모이게 되는데, 모두 김 부사장이 진두지휘하는 사업부문이다.
재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한화가(家) 3형제가 각자 독자 경영 체제를 구축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에너지와 방산으로 이뤄진 그룹의 모태를, 차남 김동원 사장이 금융, 막내 김 부사장이 유통·테크를 맡는 구도다. 장기적으로는 계열분리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인적분할은 단순한 조직 재편이 아닌 김 부사장 중심의 사업군이 향후 계열분리를 향한 첫 단추를 끼운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김 부사장이 최근 공격적 M&A(인수합병) 행보를 보였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그는 지난해 5월 아워홈 인수를 시작으로 8월 안토(파라스파라 서울) 인수, 신세계푸드 급식사업부문 편입에 이어 최근 중앙그룹의 리조트 사업 인수까지 검토하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화그룹의 성장사는 곧 M&A의 역사다.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옛 한양화학)과 첨단소재부문(옛 다우케미칼)부터 한화생명(옛 대한생명),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에 이르기까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승부수를 던졌던 김승연 회장의 결단력이 한화그룹을 재계 7위의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김 부사장의 최근 행보가 아버지 김 회장의 'M&A 승부사' 기질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러한 막내의 약진은 차남 김동원 사장의 행보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더욱 돋보인다. 김 사장이 이끌고 있는 한화생명은 지난해 국내 1위 부동산 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지스자산운용의 67조원대 운용자산(AUM)을 흡수해 AUM과 대체투자 역량을 단숨에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하지만 결과는 뼈아팠다.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은 한화생명과 태광그룹의 흥국생명 그리고 중국계 운용사인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의 3파전으로 흘러갔다. 한화생명은 1조1000억원을 베팅한 힐하우스는 물론 흥국생명에도 밀리며 꼴찌에 자리했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자본인 힐하우스의 중도 낙마 가능성을 제기하며 차순위 자리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차순위에도 오르지 못했는데, 재계 7위의 한화그룹이 59위에 불과한 태광그룹에 자존심을 구겼다. 한화그룹에 내재된 M&A 승부사 DNA가 무색해지는 지점이다.
결국 이번 인적분할은 '준비된 막내'의 독립을 위한 첫 걸음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김 부사장은 신설법인을 통해 테크 부문과 라이프(유통) 부문의 전략적 협업 및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F&B와 리테일 영역에서의 '피지컬(Physical) AI' 솔루션 사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계열분리까지 갈 길은 멀지만 김 부사장은 더 이상 '막내'라는 수식어에 머물지 않고 자신만의 사업군과 지배구조, 그리고 성장 전략을 스스로 구축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형보다 먼저 자신만의 생태계 구축에 나선 그의 발걸음에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M&A 승부사 기질이 엿보인다. 유통과 테크를 결합한 그의 청사진이 한화그룹의 또 다른 성장 역사로 이어질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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