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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계약·외화 조달…무기체계 조달의 이중 구조
조은비 기자
2026.01.16 07:00:19
수출 호황 뒤 가려진 국책 사업의 환율 부담
이 기사는 2026년 01월 15일 08시 46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래픽=신규섭 기자)

[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1조5000억원 규모의 전자전기 사업에서 드러난 '원화 계약–외화 조달' 구조가 특정 사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지만 K-방산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방산이 수출 확대를 통해 외형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국책 방산사업 현장에서는 고환율이 비용 구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계약은 원화로 이뤄지지만, 사업 수행 과정에서는 외화 결제가 병존하면서 환율 변동이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는 구조다. 


16일 방위사업청은 딜사이트와의 통화에서 "국내 업체 간 계약은 원화로 체결되고 있으며, 국산화를 유도하기 위한 각종 개발비·정책 지원 역시 원화로 집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고환율과 국산화 정책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에는 선을 그은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항공·전자전 계열 무기체계의 실제 조달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는 지적이다. KF-21 전투기를 비롯한 주요 항공·전자전 무기체계는 과거보다 국산화율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하부 공급망으로 내려갈수록 소재와 핵심 부품 영역에서는 외산 의존 구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는 FA-50 등 기존 항공기 사업에서도 반복돼 온 흐름으로, 항공·전자전 계열 국책사업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공통된 구조라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은 이러한 외산 의존을 단순히 국내 기술력 부족의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제성이 나오지 않아 기업이 참여하지 않는 경우, 기술 난이도와 안전성 검증 부담으로 진입이 어려운 경우, 그리고 경쟁력이 있음에도 외산을 선택하는 경우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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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정 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은 "KF-21의 국산화 수준이 FA-50보다 높아진 것은 맞지만, 하위 단계로 내려가면 소재나 핵심 부품은 여전히 외산에 의존하는 흐름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조는 고환율 국면에서 비용 부담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항공·전자전 분야는 안전성이 검증된 외산 핵심 부품을 사용하는 경향이 강한데, 환율이 오를수록 외산 부품 가격이 그대로 반영돼 기체 전체 원가를 끌어올리는 구조다. 이에 따라 국내 산업 생태계뿐 아니라 완제기 경쟁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중소 부품업체 관계자는 "국산화 유도를 위한 정부 자금과 개발비 지원 정책은 마련돼 있지만, 일부 부품의 경우 국산화에 성공하더라도 해외 대형 방산기업들과의 '규모의 경제' 격차로 단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2024년도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KF-21, 전자전기 등 주요 항공·전자전 사업을 두고, 국내 주물·금속·부품 중소기업이 존재함에도 가격과 납기 등을 이유로 해외 조달이 반복되는 관행이 문제로 지적됐다.


더 큰 문제는 고환율의 영향이 국가 재정 전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2025년도 방위사업 통계연보'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대외군사판매(FMS)를 통한 국외 무기 도입 규모는 12조4187억원에 달한다. 


특히 2023년에는 F-35A 2차 사업 등의 영향으로 연간 계약 규모가 6조9000억원 수준까지 급증했다. 해당 수치는 1300원대 환율을 기준으로 산정된 것으로, 환율이 1400~1500원 선으로 올라설 경우 실제 원화 지출은 예산 편성 당시 계획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


한 방산 정책 전문가는 "국방비가 고정된 구조에서 환율 상승으로 국외 조달 비용이 늘어나면, 국내 사업에 배분할 수 있는 여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고환율 국면에서는 예산 운용의 효율성 문제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환율 시대에 환율 리스크를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적 재설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국산화를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구조로 만들기 위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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