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위협하며 1400원대가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새해 들어 고환율 기조가 지속한다면 우리 기업들의 경영전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은 내수형 기업과 수출 주도형 기업간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딜사이트는 고환율이 산업계에 끼칠 영향과 대응책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고환율 기조가 지속되면서 가전·TV·스마트폰 등 세트 업체들의 한숨도 커지고 있다. 반도체, 철강 등 부품과 원재료를 해외에서 주로 조달하는 구조인 만큼 달러가 강세를 보일수록 가격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가 원가 부담으로 직결되는 구조여서 고환율의 긍정적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새해를 맞은 이후 원·달러 환율은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440원 초반대로 출발한 환율은 13일 오후 4시 기준 1475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평균 환율이 1421원 수준이었던 점과는 다른 흐름이다.
이에 가전제품, TV,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세트 업체들 사이에서는 고환율 기조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에는 고환율이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의 이익을 늘려주는 요인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최근에는 원재료 수입 비용 상승에 따른 부담이 더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환율이 올라가면 가전 제품 수출이 유리해진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지금으로선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며 "환율 자체가 실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원재료 가격에 영향을 줄 경우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가전·TV 등 세트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와 핵심 부품의 수입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구리, 알루미늄 등이 꼽힌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구리 1톤당 가격은 지난 12일 기준 1만3000달러로 고점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알루미늄 가격도 1톤당 3000달러를 웃돌며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트사업부의 원재료 매입액이 높아지는 상황인 만큼 고환율이 원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각 기업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DX 부문의 연간 원재료 매입액은 2023년 64조9493억원에서 2024년 67조7958억원으로 증가했다. LG전자의 가전·TV 사업 원재료 매입액 역시 같은 기간 21조7218억원에서 24조1839억원으로 늘었다.
게다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생산 법인을 대거 해외로 이전하면서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해 생산한 뒤 현지 통화로 판매하는 구조가 일반화됐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판매는 현지 통화로 이뤄지는 반면 핵심 원재료는 달러로 매입하는 구조여서 환율이 오를수록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앞선 관계자는 "달러로 원재료를 구매한 뒤 베트남, 유럽 등에서 현지 통화로 판매하는 구조인 만큼 환율 상승 시 원가 부담이 커지는 셈"이라며 "수입과 판매 간 시차가 존재해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제때 반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환율 상승에 따른 원재료 가격 인상분을 즉각 판매가에 반영하기 어려운 만큼 부담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해외 시장에서 프리미엄 라인업 비중이 높아 일정 부분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을 판매가에 바로 반영해야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기존 공급망을 전제로 한 거래 구조의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어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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