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우리은행의 비금융 전략은 시중은행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이 통신·부동산, 신한은행이 배달앱, 하나은행이 원앱 기반 제휴 전략으로 생활금융 접점을 빠르게 넓혀온 것과 대비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알뜰폰 서비스에 이어 최근 티켓 예매 플랫폼을 선보이며 비금융 영역에 발을 들였지만 늦은 진입시점으로 인해 충분한 비금융 데이터 확보와 고객 기반 확대 등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해 4월 LG유플러스와 사업협력 협약을 체결하고 알뜰폰 서비스 '우리WON모바일'을 정식 출시했다. 이제 사업 진행이 1년을 지났다는 점에서 2019년과 2023년 각각 통신 시장에 진입한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대비 후발주자로 분류된다.
우리WON모바일은 우리WON뱅킹 앱과 전용 홈페이지를 통해 비대면 개통이 가능한 알뜰폰 서비스다. 다양한 요금제와 금융 거래 실적에 따른 통신요금 할인 혜택을 앞세웠고, 출시 3주 만에 가입자 1만명을 넘어서며 초반 관심을 끌었다. 다만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는 약 5만명 수준에 그쳐 성장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가입자 현황은 아직 미공개 상태다.
제한적인 성장은 후발 진입으로 인한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우리은행이 알뜰폰 시장에 들어섰을 당시 KB국민은행의 리브모바일은 이미 은행권 1호 알뜰폰 사업자로 입지를 굳힌 상태였다. 현재 리브모바일 가입자는 44만명 수준으로,우리WON모바일의 약 9배 수준이다. 여기에 통신 3사 자회사와 다수 중소 알뜰폰 사업자가 경쟁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단기간에 가입자 수를 늘리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알뜰폰 사업은 요금제 경쟁과 마케팅 비용 부담이 큰 영역이다. 선발 사업자의 가입자 기반과 브랜드 인지도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상당한 프로모션 비용이 필요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통신 서비스 자체의 수익성보다 고객 확보와 데이터 활용 가치가 더 중요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후발주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출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앱 체류 시간과 반복 이용, 금융 상품 전환율을 높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비금융 사업인 티켓 예매 플랫폼 '투더문' 역시 후발주자의 한계에 봉착한 상태다. 투더문은 공연 탐색부터 예매, 콘텐츠 소비까지 하나의 채널에서 제공하는 문화예술 특화 플랫폼으로, 창작자와 기획사, 관객을 연결하는 상생형 플랫폼으로 기획됐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이를 통해 고객의 문화 소비 데이터를 확보하고, 향후 결제·자산관리 서비스와 연결할 여지를 마련할 수 있다.
우리은행 측은 플랫폼의 공정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WON뱅킹과 분리된 독립 앱·웹 환경 및 전용 서버 인프라도 구축했다. 하지만 역시 이미 강한 지배력을 지닌 기존 주요 티켓 예매 플랫폼으로 인해 성장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투더문이 차별화된 공연 콘텐츠와 금융 혜택을 결합하지 못한다면 예매 플랫폼 이상의 의미를 만들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우리은행이 비금융 부분에 힘을 낼 수 없었던 것에 대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체제 이후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우리은행은 DLF·라임 사태, 손태승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 사태 등 잇단 사고로 인해 내부통제 강화와 리스크 관리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됐다. 여기에 증권·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구축에 집중하면서 비금융 사업 강화는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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