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방산 업계 재편과 회장 대관식을 앞두고 승부수를 던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매입을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창공(蒼空)'을 향한 김 부회장의 방산 영토 확장의 서막이 시작됐다.업계에서는 김 부회장이 주도하는 이번 지분 투자 추진의 배경에 풍산 인수 결렬에 따른 전략 수정, 현대자동차·대한항공 등 경쟁사들과의 구도, 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려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다만 KAI 인수의 핵심 전제인 정부의 민영화 방침 여부가 여전히 주요 변수로 남아 있다. 딜사이트는 김 부회장이 이끄는 한화의 KAI 지분 인수 추진 배경과 김 부회장의 승부수 등을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상방산 수주잔고는 1분기 말 기준 39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진두지휘해온 방산 확장 전략이 외형상 결실을 맺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재 방산 포트폴리오의 실질적 뼈대가 10년 전 두 차례 M&A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지적한다. 새로운 무기 개발이나 인수 없이는 한화의 성장 모멘텀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삼성·두산이라는 두 그룹의 사업 재편 과정에서 나온 매물을 연달아 인수하며 방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2015년 삼성그룹이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하면서 내놓은 삼성테크윈을 약 8200억원에 사들이며 K9 자주포 생산 기반을 확보했고, 이듬해 두산그룹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물로 내놓은 두산DST를 7000억원에 인수하며 장갑차·대공무기체계 라인을 더했다.
이는 국내 주요 방산사들의 성장 방식과는 결이 다르다. LIG D&A는 1976년 유도무기 전문기업으로 출발해 천궁·현궁·비궁 등 독자 개발 라인업을 단계적으로 쌓아왔다. 현대로템은 1995년부터 ADD와 협업해 K2 전차를 자체 설계·개발했고, 국산화율 90%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폴란드·중동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핵심 플랫폼을 내부에서 키운 뒤 외형을 확장하는 구조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외부 자산을 사들이며 수출 실적을 쌓았다. K9 자주포는 폴란드·인도·노르웨이 등 10여 개국에 진출해 누적 수출액 14조원을 돌파했고, 방산 부문 매출은 지난해 9조881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7%를 차지한다.
문제는 이 성장이 지속될 수 있느냐다. K9 자주포는 폴란드·인도·노르웨이·에스토니아·호주·이집트·루마니아 등 10여 개국에 수출했고, 폴란드와의 누적 수주액만 18조6000억원에 달한다. 수치만 보면 화려하지만 이 잔고는 영구적이지 않다. K9·천무는 항공기·함정 대비 수주→납품 주기가 짧아 현재 잔고는 3~4년 내 소진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매출의 3.5~4년치 잔고 유지"를 목표로 제시했다. 연 15~20% 매출 성장 가이던스를 유지하려면 매년 수조원 규모 신규 수주가 끊기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폴란드·루마니아 계약처럼 단발성 대형 수출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신규 수주가 멈추는 순간 성장도 멈춘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꺼냈던 풍산 탄약사업부 인수는 협상 결렬로 무산됐다. 이후 시선이 KAI로 쏠렸다. 결국 KAI 인수 여부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성장 모델 자체를 시험하는 변수가 됐다. M&A로 쌓아올린 포트폴리오가 또 다른 M&A 없이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구조적 딜레마에 봉착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지상 무기 이외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수주 잔고를 키워야한다"면서 "KAI 인수가 그만큼 절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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