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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리스크 딛고 시총 80위권 안착…'조용한 승부사' 김정수 회장
노연경 기자
2026.05.27 07:00:23
IMF·사법리스크 뚫고 삼양식품 성장 가속화
이 기사는 2026년 05월 22일 17시 2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제공=삼양식품)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내달 1일 회장으로 취임한다. 국내 주요 식품사에서 여성 오너가 회장직에 오르는 첫 사례다. IMF 외환위기로 회사 존폐가 흔들리던 당시 영업직으로 합류해 지금의 삼양식품을 만든 그는 '오너가 며느리'가 아닌 전문 경영인으로 실력을 인정받아 경영 정점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부회장은 다른 재벌가 며느리들과 출발선부터 달랐다. 대부분이 문화·예술 재단이나 사회공헌 부문을 맡아 그룹의 '품격'을 관리하는 역할에 머무는 것과 달리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이 법원에 화의(채무 상환 조건을 채권자와 조정하되 경영권은 유지하는 절차)를 신청한 1998년 영업 현장에 뛰어들었다. 우지파동으로 라면 시장 점유율이 40%대에서 10%대로 급락한 뒤 골프장 건설 차입 부담이 IMF 금리 인상과 맞물리며 기업 존폐를 흔들던 시점이었다. 


경영 비전공자에다가 전업주부였던 김 부회장은 '회사가 어렵다'는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말 한마디에 회사로 합류했다. 생산·제조 중심이라 보수적 남성 문화가 강한 식품업계에서 영업직부터 시작한 그는 직접 발로 뛰며 입사 3년 만인 2001년 영업본부장에 올랐다. 


김 부회장이 조용한 뚝심으로 본격적으로 회사를 재건하기 시작한 건 불닭볶음면을 출시한 2012년부터다. 2011년 명동의 한 매운 음식점에서 젊은이들이 땀을 흘리면서도 즐겨 먹는 모습에서 불닭볶음면의 착안점을 얻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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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회장은 전 명예회장을 비롯한 내부의 반대에도 농심·오뚜기와의 정면 경쟁 대신 '매운맛'이라는 새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판단을 밀어붙였고, 출시 후 "너무 맵다"는 세간의 평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 확신은 2016년 유튜브를 통해 파이어 누들 챌린지(Fire Noodle Challenge) 열풍으로 입증됐다.


그 사이 회사 안팎에 리스크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20년 대법원은 남편인 전인장 전 회장에게 회삿돈 49억원 횡령 혐의로 징역 3년 실형을 확정했다. 김 회장도 같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취업 제한이 걸렸다. 이후 법무부 승인을 받아 2021년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김 부회장의 복귀 이후 삼양식품의 성장 속도는 오히려 빨라졌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21년 6420억원에서 2025년 2조3518억원으로 4년 만에 약 3.7배 늘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24억원에서 5242억원으로 10배 뛰었고 영업이익률은 10.2%에서 22.3%로 올랐다. 농심의 연평균 영업이익률이 5~6%대인 점을 감안하면 식품업계에서 20%를 넘는 영업이익률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글로벌 성과 역시 남다른 성취를 일궈냈다. 해외 매출은 2016년 931억원에서 2025년 1조8839억원으로 9년 만에 약 20배 증가했고 해외 매출 비중도 26%에서 80%를 넘어섰다. 


주가도 이 흐름을 그대로 반영했다. 2016년 말 4만원 수준이었던 주가는 2025년 5월 100만원을 돌파하며 황제주에 올랐고 같은 해 6월에는 식품업계 최초로 시가총액 10조원을 기록했다. 현재 삼양식품은 코스피 시가총액 80위권에 머물고 있다.


삼양식품은 김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글로벌 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리더십 강화를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이번 승진은 글로벌 시장 확대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책임경영 강화 차원"이라며 "6월부터 김정수 회장의 리더십 하에 글로벌 사업 경쟁력과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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