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기쁨 기자] 신세계그룹 오너 남매의 계열분리가 본격화된 시점에서 오빠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 부문의 악재가 동생 정유경 회장의 백화점 부문 핵심 신사업으로 전이됐다. 이마트 부문의 주력 계열사인 스타벅스에서 발생한 탱크데이 파문이 지분 관계가 없는 정유경 회장의 백화점 부문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어서다. 법적·지분 구조상 두 부문은 분리됐지만 대외적으로는 여전히 신세계라는 단일 브랜드로 묶여 인식되는 탓에 경영 리스크가 배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광주 지역 시민단체들은 신세계백화점 광주점 앞에서 시위를 개시하며 호남 지역 최대 거점 개발 사업인 터미널 복합화 사업에 대한 보이콧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이마트 부문의 경영 리스크에 대한 항의 표시로 소비자와 시민단체가 백화점 부문의 사업을 집단 거부하기 시작하면서 사업 전반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광주 터미널 복합화 사업 더 그레이트 광주는 광주 현지법인인 광주신세계가 중심이 돼 추진하는 3조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의 숙원 사업으로 기존 버스터미널 일대 시설을 모두 철거한 뒤 지상 47층 규모 버스터미널 빌딩과 백화점 신관, 호텔, 문화시설 등을 결합한 복합공간을 2033년까지 완공하는 계획이다. 신세계는 지난 2월 광주시와 투자 협약까지 마쳤는데 이 사업은 단순한 매장 확장을 넘어 호남 지역의 유통 주도권을 사수하려는 오너의 의지가 담겨있다. 정유경 회장의 독립 경영 성패를 가르는 상징적 프로젝트로 꼽힌다.
그동안 광주신세계는 지방 점포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국 상위권 실적을 유지하며 백화점 부문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기존 매장의 인프라적 한계로 성장의 정체기에 직면해 있었다. 여기에 경쟁사들의 잇단 호남권 진출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터미널 부지를 활용한 대형 규모의 복합 문화 공간 조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유경 회장은 독자적인 경영 리더십과 실무 능력을 시장에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놓여있다. 남매간 지분 분리 수준을 넘어 계열 분리와 독립 경영을 공식화한 현시점이다. 이마트 지원 없이 백화점 부문 단독으로 조 단위 복합 개발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이 향후 그룹 내 입지와 주주 신뢰 확보를 위한 필수 과제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스타벅스 논란에서 비롯된 신세계그룹의 대외적 브랜드 실추는 악재 중의 악재로 지적된다. 특히 교통영향평가와 후속 인허가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터진 이번 논란은 사업 추진의 대형 변수로 지목된다. 지분 구조상 연관이 없는 이마트 부문의 리스크가 지역 여론의 보이콧으로 번지면서 유탄을 맞은 꼴이 돼서다. 백화점 부문의 독자적 성장과 독립 경영을 상징하는 핵심 사업에 평판 부담이 가중되며 정 회장의 경영 행보에도 걸림돌이 된 것으로 지적된다.
사실 법적·지분 구조상으로 보면 이마트 부문의 리스크가 백화점 부문으로 전가될 이유는 없다. 광주신세계는 ㈜신세계가 지분 65.5%를 보유한 종속회사로, 정유경 회장이 이끄는 백화점 부문 산하에 위치해 있다. 과거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보유했던 광주신세계 지분 전량을 2021년 ㈜신세계에 매각하면서 두 부문 간의 직접적인 지분 연결고리는 이미 끊어진 상태다.
실제로 두 남매는 지난 2011년 법인 인적분할을 시작으로 오랜 기간 지분 정리 과정을 거쳐왔다. 2016년 블록딜을 통해 남매간 교차 지분을 전량 맞교환하면서 정용진 회장의 신세계 지분과 정유경 회장의 이마트 지분은 각각 0%가 됐다. 이후 대주주 간 지분 증여와 잔여 지분 정리까지 마무리되면서 현재 두 대주주 간의 상호 지분율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
금융시장과 주주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백화점 부문의 독자적인 실적 성장과 무관하게 외적인 요인으로 주주 가치가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독립 경영을 신뢰하고 투자한 ㈜신세계 및 광주신세계 주주들은 이마트 부문의 악재가 백화점 부문의 기업 가치를 저해하는 상황에 대해 경영진에게도 책임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영업활동 및 수조원의 투자 계획이 유동성 리스크나 사업성 악화가 아닌 대외적 평판 저해로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도 엿보인다. 장기화될 경우 백화점 부문이 쌓아온 프리미엄 이미지 손상과 더불어 신용도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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