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스타벅스코리아의 이벤트 논란으로 촉발된 불매운동이 신세계그룹 전반의 평판 위기로 번지면서 정용진 이마트 부문 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 부문 회장 간의 법적 계열분리 작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부문 계열사에서 발생한 오너 리스크가 아직까지 공정거래법 상으로 동일계열로 묶인 백화점 부문의 미래 사업까지 흔드는 연쇄 전이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자본시장과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두 남매가 독립경영을 선언한 지 1년 반 만에 잔여 지분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고 각자의 길을 가도록 만드는 결정적 촉매제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논란의 발단은 지난 5월 18일 스타벅스코리아가 자사 모바일 앱에서 진행한 텀블러 할인 프로모션에서 발생했다. 스타벅스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5·18 탱크데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홍보 게시물에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이는 1980년 5월 광주 시민을 향했던 계엄군의 탱크 진압 트라우마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공권력의 대표적인 은폐 발언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으며 역사 모욕 논란으로 확산했다. 파문이 커지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경질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지역 사회의 반발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5·18 단체들은 꼬리 자르기식 해명이라며 사과 수용을 거부하고 광주 서구 광천동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정 회장의 경영 일선 사퇴와 신세계의 현지 개발 사업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에 돌입했다.
문제는 광주에서 추진 중인 두 대형 프로젝트의 주도 주체와 지분 구조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광주 터미널 복합화 사업인 '더 그레이트 광주'는 광주신세계가 주도한다. 광주신세계는 ㈜신세계가 지분 65.5%를 보유한 종속회사로 정유경 회장의 백화점 부문에 속한다. 반면 복합쇼핑몰인 어등산 스타필드 개발 사업은 이마트가 지분 100%를 소유한 자회사 신세계프라퍼티가 추진하는 정용진 회장의 사업이다.
이처럼 완전히 별개의 법인과 경영 체제로 움직임에도 소비자 접점이 넓은 스타벅스의 브랜드 오염이 신세계라는 단일 상호를 공유하는 백화점 부문으로 여과 없이 전이됐다. 형제의 실책으로 인해 동생의 핵심 사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신세계의 주주들 사이에서는 이마트 부문과의 조속한 선 긋기를 통해 자사 가치와 브랜드 이미지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이 남매간 법적 계열분리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는 또 다른 핵심 이유는 '신용도 격리를 통한 자금조달 경쟁력 방어'에 있다. 현재 이마트 부문은 주력 사업의 업황 둔화와 과거 추진했던 대형 신사업들의 실적 부진이 겹치며 재무적 부담이 가중된 상태다. 자본시장에서 단일 그룹으로 묶여 있는 한 이마트 부문의 크레딧 리스크나 평판 저하는 사채 시장에서 ㈜신세계의 회사채 발행 금리와 자금조달 여건에 부정적인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유동성 축소 기조 속에서 스타벅스 같은 핵심 캐시카우마저 브랜드 가치 훼손으로 흔들릴 경우 그룹 전체의 신용 등급 전망에 경고등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유경 회장 측 입장에서는 백화점·면세점·패션 사업의 독자적인 우량 신용도를 지키고 조달 비용 증가를 막기 위해서라도 법적 결별을 서둘러야 하는 명분이 강화된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24년 말 정용진 부회장의 회장 승진과 정유경 총괄사장의 회장 승진을 기점으로 남매 독립경영을 공식화했다. 현재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지분 28.8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정유경 회장은 신세계 지분 29.15%를 확보해 독자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상 완전한 친족 독립경영 체제를 인정받고 법적으로 계열을 분리하기 위해서는 상호 보유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미완의 과제가 남아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상장사 기준 상호 지분율을 3% 미만으로 낮춰야 할 뿐만 아니라 계열사 간의 복잡한 지분 얽힘을 해소해야 한다. 두 남매 간의 직접적인 상호 지분 섞임은 정리되었으나 계열사 단위에서 공동으로 출자한 법인들이 여전히 다수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지분 청산 대상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SSG닷컴이다. SSG닷컴의 지분은 이마트가 45.58%를 가지고 있고 신세계가 24.42%를 분할 소유하고 있어 양 부문을 묶는 지배구조적 고리로 작용해 왔다. 이외에도 신세계의정부역사 등 일부 계열사에서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이 지분을 나누어 가진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과거 지마켓 인수 과정에서 3조4400억원을 투입한 이마트 부문의 누적된 재무 부담과 실적 부진을 감안할 때 이 같은 공동 자산 지분을 명확히 정리하는 선 긋기 작업은 백화점 부문의 자생력 강화를 위한 선결 과제로 꼽힌다.
정진원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선임연구원은 "신세계 계열은 이마트 계열의 신세계라이브쇼핑, 영랑호리조트, SSG푸드마켓 등 인수에 각각 약 2255억원, 750억원, 1300억원을 지원하면서 순차입금이 2021년 4조4000억원에서 2025년 4조8000억원으로 확대됐다"며 "신세계그룹은 신세계와 이마트를 두 축으로 지분관계를 정리함으로써 계열분리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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