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한화솔루션이 26일 유상증자 규모를 1조8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으로 추가 축소했다. 채무상환 목적 자금은 9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줄인 반면, 미래성장 투자 9000억원은 그대로 유지했다. 주주 부담은 줄이되 기술 투자는 양보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한화솔루션은 유증 추진 당시 미국 카터스빌 공장 완공과 AMPC 확대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실제 시설자금의 쓰임새는 다른 모습이다.
한화솔루션은 26일 이사회를 열어 유상증자 규모 축소 변경안을 의결하고 금융감독원에 자진정정 신고서를 제출했다. 1차 변경 증자안을 거쳐 채무상환 예정 금액을 9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더 줄인 것이다. 반면 탠덤 파일럿 라인 업그레이드(1000억원), 탠덤 양산 라인 구축과 TOPCon 생산 능력 확대(8000억원) 등 총 9000억원 규모의 미래성장 투자 계획은 그대로 유지된다.
증권신고서 시설자금 세부 내역을 보면 투자 대상은 탠덤 파일럿 963억원, 탠덤 GW 양산라인 3994억원, TOPCon 전환 4120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합계는 9077억원이다. 세 항목 모두 충북 진천 공장이다. 증권신고서에는 "한국 공장에서 양산화 설비 및 공정 레시피를 확정한 이후 미국 공장으로의 단계적 전개 및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탑콘 투자가 미국이 아닌 한국 공장에 배정된 것에 대해 "국내에서 먼저 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시설자금 내역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탠덤 기술의 양산 목표 시점은 2029년으로, 현재 진천 공장에서 파일럿 단계를 진행 중이다. 2026년 하반기 사전 설계 착수 후 2028년 설비 구축 완료를 거쳐 2029년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탠덤 파일럿에 투입된 누적 투자비만 1382억원에 달하는데, 여기에 이번 유증 자금 9077억원이 추가 투입된다. 탠덤 기술에만 누적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가는 셈이다.
한화솔루션 측도 증권신고서에 "양산 일정이 1개월 늦어질 경우 EBITDA가 기존 계획 대비 약 130억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2029년 양산 목표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유증 자금 9077억원의 투자 효과 자체가 흔들리는 구조다.
이번 추가 축소분 1000억원의 부족 재원은 미국 벤처투자펀드 매각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한화솔루션은 2022년부터 자회사를 통해 북미 에너지·순환경제 등 분야 펀드에 투자해왔다. 장기 투자 성격의 자산이라 그동안 매각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추가 자구책 마련 차원에서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로써 자산 매각 범위가 비핵심 자산을 넘어 주력 사업 연관 자산까지 확대됐다.
채무상환 자금 8000억원의 성격도 짚을 필요가 있다. 상환 대상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CP·시설자금으로, 사실상 단기 유동성 위기 대응 성격이다. 한화솔루션은 2024년부터 올해 3월까지 한화저축은행 지분 매각, 해외 합작사 지분 매각,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3조8667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이미 소진했다. 그럼에도 2025년 말 기준 순차입금은 12조6000억원으로, 3년간 대규모 자구안을 집행했는데도 실질 부채 부담은 줄지 않았다.
주주 돈으로 당장 급한 빚을 갚고, 나머지는 2029년 양산을 목표로 한 상용화 전 단계인 기술에 베팅하는 구조다. 유증 추진 당시 카터스빌 완공과 AMPC 확대를 내세웠지만 실제 시설자금은 전부 한국 진천 공장에 배정됐다. 3년간 3조8667억원의 자구안을 소진하고도 순차입금 12조6000억원이 남은 상황에서, 이번 유증이 재무구조 개선의 실질적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업계 관계자는 "유증 자금의 절반이 2029년 양산을 목표로 한 기술 투자에 배정됐는데, 그 기술이 계획대로 상용화되지 않으면 투자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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