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한화솔루션이 순차입금 12조6000억원의 재무 압박 속에 미국 태양광 보조금(AMPC) 수령 권리를 3년간 1조1300억원어치 조기 매각했다. AMPC는 통상 1년 이상 기다려야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이지만, 한화솔루션은 연간 5000억원대의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위해 이 권리를 유동화 시장에 팔아왔으며, 앞으로도 지속할 계획이다. 조기 매각에는 액면가 대비 할인이 불가피한데, 1조원어치 보조금 권리를 팔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그보다 수백억원 적다는 분석이다.
한화솔루션은 21일 지난해 수령한 AMPC 중 약 2000억원(1억3000만 달러) 규모를 최근 매각했다고 밝혔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총 1조3000억원 규모의 AMPC를 수령했으며, 이번 건을 포함해 1조1300억원을 유동화 시장에서 제3자에게 매각했다.
AMPC는 미국에서 태양광 부품을 생산하면 미국 정부가 와트(W)당 7센트를 돌려주는 제도다. 한화솔루션은 조지아주 달튼·카터스빌 공장에서 모듈을 생산하며 이 혜택을 받고 있다. 보조금을 실제로 수령하기까지 법인세 신고일로부터 통상 1년 이상이 소요되는 구조여서, 미국에는 이 수령 권리를 미리 사고파는 유동화 시장이 형성돼 있다. 화솔루션이 이 시장을 활용해 현금을 조기에 확보하고 있는 것인데, 조기 매각에는 비용이 수반된다.
유동화 시장에서 보조금 권리를 팔 때는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 AMPC 유동화 시장에서 통상 적용되는 할인율은 액면가 대비 3~7% 수준이다. 시장 초기인 2023년에는 8~10%에 달하기도 했지만, 중개 플랫폼이 안착한 2024~2025년 이후로는 우량 크레딧 기준 3~5%로 수렴하는 추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화솔루션 수준의 우량 크레딧이라면 4% 안팎의 할인율이 적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1조원 넘게 유동화했다면 조기 현금화 비용만 수백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은 실제 매각 단가를 공개하긴 어렵지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조기 현금화를 서두를 수밖에 없는 배경은 구조적인 재무 압박이다. iM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올해 1분기 AMPC 제외 영업이익은 -1560억원으로, 보조금이 없으면 적자가 그대로다. 연간 이자비용도 2025년 5390억원, 2026년 추정 5130억원 수준으로, AMPC 유동화로 확보한 현금이 이자 방어의 주요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AMPC 유동화는 이미 확정된 수익의 현금화 시기를 비용을 내고 앞당긴 것"이라며 "그 비용 규모를 투자자 입장에서 독립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카터스빌 공장은 지난해 11월 시운전 과정에서 유틸리티 결함이 발견되며 셀 양산 시점이 당초 2025년 4분기에서 2026년으로 연기된 이력이 있다. 한화솔루션은 같은 시기 연간 AMPC 수령 전망도 7000억원에서 4000억원 후반으로 낮춘 바 있다. 그럼에도 한화솔루션은 공장 완공 후 셀·웨이퍼까지 생산 범위가 확대되면 AMPC 수령액이 연간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유동화를 지속할 계획이다.
AMPC는 생산하는 부품 종류마다 별도로 수령할 수 있어 생산 품목이 늘수록 수령액도 커지는 구조로, 회사는 2029년에는 수령액이 11억 달러(약 1조6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동화 규모가 커질수록 조기 현금화 비용의 불투명성 문제도 함께 확대되는 구조다. 조기 현금화 비용이 투자자에게 명확히 전달되지 않는 상황에서 유동화 규모만 커진다면, 투자자가 한화솔루션의 실질 수익성을 가늠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계약 당사자가 있는 거래 특성상 매각 단가 등 세부 조건을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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