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화천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에는 화천기공이 자리하고 있다. 화천기공은 화천기계 지분 39.95%, 서암기계공업 지분 32.2%, 에프앤가이드 지분 12.16%를 보유한 그룹 내 실질 지주사로 평가된다. 화천그룹이 화천기공·화천기계·서암기계공업을 중심으로 한 공작기계 전문 그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화천기공은 사업회사이면서 동시에 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축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이 화천기공을 쥔 인물은 고(故) 서암 권승관 창업주의 장남인 권영열 화천그룹 명예회장이다. 권 명예회장은 화천기공 지분 17.93%를 보유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 있다. 현재 현업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고 있지만, 지분 구조상 영향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다. 그룹 차원에서도 승계를 준비 중인 만큼 향후 오너 일가 지분 재편 방향이 화천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공작기계 명가…화천기공이 지주사 역할
화천그룹은 공작기계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견 제조그룹이다. 일반 소비자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공작기계 업계에서는 오랜 업력과 기술력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화천그룹은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5월 권 창업주가 광주에서 화천기공을 설립한 것이 출발점이다. 올해로 창립 74주년을 맞았다.
화천그룹은 설립 이후 공작기계 사업에 집중하며 제조 밸류체인을 그룹 안에 구축해왔다. 화천기공은 주물 소재와 공작기계 생산을 맡고, 화천기계는 공작기계 생산과 판매를 담당한다. 화천기공이 생산한 공작기계도 화천기계를 통해 시장에 판매된다. 서암기계공업은 기어와 감속기 등 공작기계 관련 핵심 부품을 제조하고 있다.
사업 구조상으로는 서암기계공업이 부품을 공급하고, 화천기공과 화천기계가 이를 활용해 공작기계를 생산한 뒤, 화천기계가 판매를 맡는 방식이다. 그룹 안에서 소재·부품·완제품·판매가 이어지는 공작기계 수직계열화를 구축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화천그룹은 오랜 업력을 통해 높은 기술력을 가진 공작기계 업체"라며 "외형은 작지만, 강한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금형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진 업체"라고 진단했다.
사업 구조뿐 아니라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화천기공은 그룹 핵심축이다. 화천기공은 화천기계 지분 39.95%, 서암기계공업 지분 32.2%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기업형 벤처투자사(CVC) 시리우스인베스트먼트 지분 45%,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지분 12.16%, 재단법인 서암문화재단 지분 2.99%도 들고 있다. 화천기공이 공작기계를 만드는 사업회사이면서 동시에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지배회사 역할을 하는 구조인 것이다.
화천그룹 관계자는 "화천기공이 사실상 그룹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 지분 승계 '현재진행형'
현재 화천기공의 최대 개인주주는 창업주의 장남이자 오너 2세인 권 명예회장이다. 그는 1946년생으로 한양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해 1989년 화천기공과 화천기계공업 등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며 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이후 권 명예회장은 광주상공회의소 부회장, 한국공작기계공업협회 회장, 한국무역협회 비상근 부회장 등을 지냈다. 2024년 명예회장에 오르며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난 상태다.
권 명예회장은 현업에서는 물러났지만 지분 구조상 영향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 권 명예회장은 화천기공 지분 17.93%를 보유하고 있다. 화천기공이 화천기계와 서암기계공업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들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권 명예회장이 화천기공을 통해 그룹 전반에 간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권 명예회장은 화천기공 외에도 서암기계공업 지분 13.09%, 에프앤가이드 지분 7.03%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 권 명예회장은 서암기계공업에서는 화천기공에 이은 2대 주주이고, 에프앤가이드에서는 화천기공·화천기계에 이은 3대 주주다.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축인 화천기공뿐 아니라 주요 계열사 지분도 직접 들고 있는 셈이다.
승계 작업은 진행 중이다. 권 명예회장은 ▲2019년 6월 8만8000주 ▲2020년 4월 8만주 ▲2025년 5월 12만주 등 총 28만8000주를 아들인 권형석 화천기공·화천기계 공동 대표에게 증여했다. 이에 따라 권 명예회장의 화천기공 보유 주식은 68만2541주에서 39만4541주로 줄었고, 권 공동 대표의 보유 주식은 5만1909주에서 33만9909주로 늘었다. 2025년 5월 말 기준 권 명예회장의 지분율은 17.93%, 권 공동 대표는 15.45%로 두 사람의 지분 격차는 2.48%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다만 권 명예회장이 여전히 개인 주주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지분 승계가 완전히 마무리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화천그룹 측은 "권 명예회장은 대외활동 참석 등을 위해 서울 서초동 본사로 출근하고 있다"며 "경영 현업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 경영은 각 회사의 대표이사들이 이끌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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