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기계는 흔히 '기계를 만드는 기계'로 불린다. 하지만 이제 공작기계는 단순한 생산 장비를 넘어 기술 주권과 공급망 안보를 좌우하는 전략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자동차·반도체·우주항공 등 핵심 산업의 자국 생산 역량 확보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공작기계의 가치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국내 주요 공작기계 업체들의 현주소와 향후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국내 1위 공작기계 업체 DN솔루션즈가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며 글로벌 시장 내 입지를 다지고 있다. 올해 인도 벵갈루루 공장과 부산 첨단제조센터를 가동하며 기술 내재화와 고도화에 나서는 한편, 우주항공·방산 등 신시장 공략도 강화하는 모습이다.
◆ 인도·부산 투자로 생산·기술 경쟁력 강화
업계에 따르면 DN솔루션즈는 인도와 부산을 축으로 생산 및 기술 기반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DN솔루션즈는 이르면 상반기, 늦어도 3분기 내 인도 벵갈루루에 현지 공장과 R&D 센터를 준공하고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공장은 2004년 가동한 중국 옌타이 공장에 이은 DN솔루션즈의 두 번째 해외 생산시설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성장성이 높은 인도 시장 대응과 현지화 생산체제 구축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인도는 높은 경제성장률과 제조업 육성 기조를 바탕으로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부산 글로벌 유닛 첨단 제조센터 준공도 앞두고 있다. DN솔루션즈는 이곳을 중심으로 공작기계 핵심부품인 스핀들 유닛 등의 자체 생산 능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경기 부천에서는 첨단연구개발센터를 짓고 있다. 이곳은 테크니컬센터 등 기술 거점과 협력해 차세대 혁신 제품 개발을 가속하는 역할을 맡게된다. 입주 목표는 2028년이다. 이와 함께 DN솔루션즈는 약 697억원을 투입해 창원 성주 공장 생산 고도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는 DN솔루션즈의 이런 행보가 단순한 외연 확장이나 생산능력 확대를 넘어 사업 구조 전반의 고도화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차별화된 기술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더 높여가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작기계는 다른 산업처럼 단순히 생산량이 많다고 경쟁력이 높아지는 산업이 아니다"라며 "생산량이 적더라도 고부가가치 제품을 고객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 우주항공·방산·적층 시장 공략
DN솔루션즈는 우주항공·방산 등 신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작기계 업계는 자동차 산업 비중이 높은 편이다. 업체별 차이는 있지만 전체 매출의 30~40% 안팎이 자동차향 수요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작기계 산업은 전방 업체들의 설비투자 시기에 수주가 늘어나는 특성이 있어 자동차 업황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등으로 위축될 경우 업계 전반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우주항공·방산 등에 쓰이는 공작기계가 대부분 하이엔드(고부가가치) 제품이라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장비는 정교한 작업과 대형 가공이 동시에 요구되는 만큼 제품 단가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양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당 가격이 1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범용 공작기계 제품 가격이 수천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하이엔드 장비 비중 확대는 평균판매단가(ASP) 상승과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DN솔루션즈가 지난해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금속 적층 제조 분야에 진출한 것도 우주항공 등 신시장 공략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간 DN솔루션즈가 금속을 깎아내는 절삭가공 중심 사업을 전개해왔다면, 이제는 금속을 층층이 쌓아 제품을 만드는 적층 제조 영역까지 사업을 넓힌 것이다. 주력 제품은 DLX 시리즈다. 이 시리즈는 교체형 빌드 컨테이너를 적용하고, 가공·자동화·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DN솔루션즈 통합 시스템을 갖춘 고성능 파우더베드퓨전(PBF) 장비다. PBF는 금속 분말에 레이저를 쏴 3차원 형상을 적층 제작하는 기술을 말한다.
우주항공과 적층 제조 관련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DN솔루션즈 전략에 힘을 싣는 배경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공작기계 시장 규모는 우주항공 등 산업 수요 증가에 힘입어 2024년 971억달러(142조9797억원)에서 연평균 7.5% 성장해 2034년 1960억달러(288조61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적층제조 시장 역시 2023년 52억6000달러(7조6590억원)에서 2033년 193억4000만달러(28조4858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DN솔루션즈로서는 성장 시장을 선점해 제품 믹스와 수익성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DN솔루션즈의 이런 계획은 최근 성황리에 막을 내린 서울국제생산제조기술전(SIMTOS·심토스)에서도 드러났다. DN솔루션즈는 2년에 한 번 열리는 이 행사에서 올해 1월 인수한 독일 헬러의 5축 수평형 머시닝센터 'F 6000'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제품은 우주선 및 항공기용 부품 등 고난도 부품 가공에 쓰이는 고정밀 공작기계다. 헬러 인수 이후 하이엔드 제품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고부가 시장 공략 강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DN솔루션즈는 단순 장비 판매를 넘어 자동화 솔루션과 서비스·부품 사업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이는 장비 판매에 그치지 않고 제조 공정 전반으로 사업 범위를 넓혀 반복 매출 기반을 키우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작기계 산업의 수요처가 자동차를 넘어 반도체, 항공우주, 방산, 의료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며 "자동차 수요가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다소 주춤하는 사이 우주항공 수요가 빠르게 커지며 이를 일부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휴머노이드 등 최근 부상하는 신산업 역시 정밀 가공 부품이 필수인 만큼 장기적으로 공작기계 수요 확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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