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지난 5일 경기 파주시 월롱면 LG유플러스 파주 AI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 축구장 약 22개 크기인 연면적 15만2000㎡(4만6000평) 부지에서 공정률 약 20%를 기록 중인 건설이 한창이었다. 대형 크레인 5대가 자재를 부지런히 옮기고 있었다.
안전통로를 따라 1동으로 들어서면 1층 기계실 상부에 하이퍼랙 건설이 진행 중이다. 콘크리트 골조는 4층 바닥까지 마무리된 상태로 2층은 전기실과 통신실, 3~5층은 전산실로 채워질 예정이다. 완공되면 수도권 전체 인구가 동시에 생성형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처리 용량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센터가 이 자리에 들어설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5일 경기 파주시 AI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차세대 AI DC 인프라 전략 'The ACE on Trust'를 공개하며 2030년까지 누적 수주 5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안형균 LG유플러스 엔터프라이즈 AI사업그룹장은 AI 수요 구조의 변화를 사업 배경으로 제시했다. 그는 "2026년을 기점으로 AI 수요가 학습에서 추론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구글의 월간 토큰 처리량을 근거로 들었다. 2024년 5월 97조개였던 처리량이 1년 만에 50배, 올해 5월에는 또 다시 67배 증가해 3경2조개에 달했다는 설명이다.
기술 트렌드와 관련해서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 고도화에 따른 발열 문제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엔비디아 로드맵 기준 2028년에는 서버를 꽂아두는 랙 하나당 전력 소비가 1㎿에 달할 전망이다. 발열량이 그 수준까지 올라가면 바람으로 열을 식히는 기존 공냉 방식으로는 감당이 불가능해 물로 직접 냉각하는 액체냉각 설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차세대 AI DC 인프라 전략으로 'The ACE on Trust'를 제시했다. 어질리티(Agility)·역량(Capacity)·효율성(Efficiency)의 강점을 운영 안정성인 신뢰(Trust) 위에 구현한다는 개념이다. 안 그룹장은 "AI 데이터센터 경쟁력은 이제 시설 규모가 아니라 전체 인프라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며 "파주 AI 데이터센터가 이 역량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질리티(신속한 구축 대응) 측면에서는 프리패브 모듈형 데이터센터(PMDC) 공법 도입을 핵심 전략으로 꼽았다. 주요 설비를 표준화해 사전 제작하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구축 기간을 기존 대비 수개월 이상 단축할 수 있다. GPU는 수개월 내 확보 가능한 반면 이를 수용할 데이터센터 구축에는 3~4년이 소요되는 수급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현재 파주 현장은 일반 건설 방식으로 진행 중이며 PMDC 방식은 별도 위치에서 검토 중이다.
역량(Capacity) 측면에서는 200MW 전력 공급이 확정된 파주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한다. 수도권에서 200MW 공급이 가능한 AI 데이터센터는 파주가 유일하다. 엔비디아 블랙웰 GPU 기준 약 7만 장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랙당 전력 밀도는 1999년 노원 센터 개소 당시 2.2㎾에서 2015년 평촌 센터 10㎾를 거쳐 파주 센터에서는 최대 100㎾ 이상으로 높아진다.
효율성(Efficiency) 측면에서는 국내 최초로 하이퍼스케일급에서 공기냉각과 액체냉각을 동시에 지원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로 건설 중임을 강조했다. 건축 단계부터 건물 하중·방수·배관을 액체냉각에 최적화했으며 GPU부터 중앙처리장치(CPU)·신경망처리장치(NPU)까지 모든 AI 칩을 수용할 수 있다. LG전자와 협력해 구축된 직접액체냉각(D2C) 방식은 GPU 칩에 전용 금속판(콜드 플레이트)을 부착하고 냉각수 분배장치(CDU)를 통해 열을 직접 제거하는 방식으로 자체 실증 결과 기존 공기냉각 대비 약 24%의 에너지 효율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액침(이머전) 냉각은 현재 평촌 센터 전산실 내 실증을 진행 중이며 엔비디아의 서버 인증 완료 후 도입할 예정이다.
파주 AI 데이터센터의 냉각·배터리·전력 설비 등 주요 장비는 LG그룹 계열사 역량을 총집결한 'One LG' 시너지로 구성된다. LG전자가 프리쿨링 칠러와 D2C 액체냉각 솔루션을, LG에너지솔루션이 다중 안전 구조의 고성능 UPS 배터리를, LS일렉트릭이 800V DC 배전 시스템을 각각 담당한다.
정숙경 LG유플러스 AIDC 사업담당은 "LG그룹의 역량을 총집결해 대한민국 AI DC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글로벌 빅테크 고객들은 500개에서 많게는 1000개 이상의 기술 요건을 요구하는데 이 솔루션들이 실증된 데이터센터로서 국산 솔루션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대언어모델(LLM)부터 AI 인프라까지 전 영역에서 AI 국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신뢰(Trust) 측면에서는 LG유플러스가 국내 유일하게 27년간 가동률 99.999%(5-Nine, 파이브 나인) 무중단 운영을 달성한 이력을 내세웠다. 정 담당은 "저희 센터에 입주한 고객들은 직간접적으로 모두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B2B2C 고객"이라며 "우리 일상의 디지털 생활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파이브 나인 무중단 운영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주 데이터센터에는 두 종류의 로봇을 투입할 계획이다. 하나는 전산실 내부를 돌아다니며 온습도·누수·먼지 등 육안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센싱 로봇이며, 다른 하나는 축구장 9배에 달하는 광활한 외곽 부지를 24시간 순찰하는 경비 로봇이다. 현재 하반기 기술검증(PoC)을 진행할 예정이며 결과에 따라 투입 대수를 확정할 계획이다
'AI로 AI를 지킨다'는 기조 아래 에이전트 AI 기반 차세대 운영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태양광 자가 발전 용량은 국내 신규 데이터센터 중 최대 규모를 목표로 하고 있다.
파주 AI 데이터센터는 현재 전산 1동과 사무동 공사가 지난해 5월 착공 후 진행 중이며 전산 1동과 1.5동의 골조 공사는 올해 10월 말 완료 예정이다. 마감 공사를 거쳐 내년 5월 사용 승인 신청, 내년 6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산 1.5동과 2동은 건축 허가 준비 중이며 3동은 인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1동부터 사무동, 1.5동, 2동까지 지하가 모두 연결되는 구조로 설계됐다.
이우정 LG유플러스 AIDC 기술·운영 담당은 "고객사가 어떤 서버를 가지고 오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공기냉각과 액체냉각을 모두 지원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구성했다"며 "어떤 종류의 AI 칩이든 수용할 수 있는 진정한 AI 데이터센터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연간 수주 매출 기준으로 2030년까지 누적 5조원, 연평균 15~20%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코로케이션 상면 제공만으로도 달성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6월 준공 예정인 1동(50MW)은 이미 모든 계약이 완료됐다. 입주 고객사에 대해서는 "비밀유지계약(NDA)로 공개하기 어렵지만 규모가 상당한 고객이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만 밝혔다. 캐파 600MW는 파주 200MW와 기존 평촌 1센터 외에 설계·구축·운영(DBO) 방식 확보 센터 및 자체 검토 중인 추가 부지를 포함한 수치로 구체적인 신규 부지는 추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1999년 국내 최초 IDC 노원 센터 개소, 2015년 아시아 최대 고집적 데이터센터 평촌 1센터 오픈에 이어 파주 AI DC를 통해 'AI 팩토리 오퍼레이터'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안 그룹장은 "최초의 IDC 사업자로서 확보한 역량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AI 산업의 기반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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