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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업계 열정 꺾은 거래소의 일방통행
이준우 기자
2026.06.02 08:25:13
중복상장 의견수렴 세미나서 반영 불가 입장 고수…업계 애로청취 아쉬워
이 기사는 2026년 06월 01일 08시 3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준우 기자] "한국거래소가 업계 의견을 듣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무조건 안 된다고 단정 지을 줄은 몰랐습니다."


최근 한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한국거래소가 지난 5월 개최한 행사를 다녀온 뒤 이런 푸념을 늘어놨다. 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 전면 금지와 관련해 업계 의견을 듣겠다고 마련한 세미나에서 거래소 담당임원이 줄곧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다수의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이 국내 특성 반영 등 일리 있는 주장을 펼쳤으나 그의 강경한 의지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이들의 벤처투자 의지만 꺾는 안타까운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중복상장 전면 금지 제도는 국내 증권시장의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의 연장선이다. 상장사가 키운 알짜 자회사를 분리해 다시 상장하는 구조는 오래전부터 시장의 불신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기존 모회사 주주들의 이익이 분산돼 피해로 이어진다는 우려에서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 중 중복상장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8%로 일본(4%), 미국(0.05%) 등 선진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에 속한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해당 제도를 군사 작전처럼 밀어붙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업계는 시장 축소를 이유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내 벤처투자 엑시트(투자금 회수) 수단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세컨더리(구주 매각) 시장이 활성화돼 있지 않아 기업공개(IPO)는 VC들의 사실상 유일한 엑시트 방안이다. 스타트업의 성장이 통상 7~8년을 거뜬히 넘어간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상장으로 투자금 회수를 기대하던 이들은 순식간에 날벼락을 맞았다. 중복상장 구주는 세컨더리 시장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고 하니 법이 허용했던 범위에서 기업을 발굴했던 VC들은 강제로 초장기 투자를 하게 됐다. 대기업을 모회사로 업고 있는 벤처기업은 성장이 가능하겠지만 중소기업을 모회사로 두고 있는 스타트업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VC들이 중소기업 상장사의 예외 적용을 요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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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위축시키는 이 규제는 정부가 추진하는 벤처투자 활성화 정책과 역행한다. 정부는 6대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벤처투자 시장에 바람을 넣고 있다.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필두로 올해 벤처투자 시장은 출자사업 풍년의 해를 맞았다. 최근 대형 하우스를 떠나 신생 VC를 차리거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을 설립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시장은 커지는데 유일한 엑시트 수단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며 오히려 생존을 우려하는 처지다.


한국거래소 임원이 세미나에서 무조건 안 된다는 뜻을 유지한 데는 정책을 추진하는 금융당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 의견을 듣는 공개석상에서, 그것도 거래소가 직접 주죄한 행사에서 이렇게까지 단정할 필요가 있었을까. 거래소가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업계 의견을 검토해 보겠다. 노력해보겠다"라고 말해도 금융당국, 정부는 물론이고 현장에 있던 참석자 모두 쉽지 않다는 걸 안다. 겉만 업계 의견청취 행사일뿐 주최측인 거래소의 일방통행이 아쉬운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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