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PEF) 칼라일그룹은 창업주 고(故) 정휘동 전 청호나이스 회장의 전처 소생 아들이라는 상속 분쟁 변수를 맞았지만 청호나이스 인수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관련인의 상속 지위가 인정될 경우 기존 대주주 지분 구조가 바뀔 수 있지만 그를 포함한 지분 100% 인수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상을 지속하고 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칼라일은 지분 100% 기준 약 8000억원 수준에서 협상에서 새로운 상속인으로 인한 변수가 크지 않은 수준에서 정리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모씨가 상속인 지위를 인정받은 뒤 지분 가치를 높게 요구하더라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 자금조달이 거래의 걸림돌은 되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칼라일은 자체 블라인드 펀드 자금만으로도 인수대금을 감당할 수 있는 데다 현재 우리은행 등과 금융 조달 협상을 병행해 충분한 자금 동원력을 갖춘 상황이다. 이번 매각은 지난해 6월 정 전 회장 별세 이후 유족들에게 부과된 약 3000억원 규모의 상속세 재원 마련을 목적으로 추진됐다. 전 회장이 생전에 보유하고 있던 청호나이스 지분 75.1%는 이경은 회장과 장남에게 상속됐으며 2대 주주는 가족 회사인 마이크로필터(12.99%)다. 이어 정 전 회장 동생 정휘철 부회장이 지분 8.18%를 보유하고 있다.
순조롭게 이어지던 거래는 정 전 회장의 전처 소생이라고 주장하는 정씨가 등장하면서 복잡해졌다. 정씨가 미국에서 귀국해 본인이 정당한 상속 지분권자라고 주장한 것이다. 현재 회장직을 승계한 이경은 회장과 장남 정상훈씨 등 대주주 일가가 해당 인물의 존재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만큼 내부적으로 적잖은 혼란을 겪었다.
정씨 측은 자신의 몫을 요구하며 유언무효확인 및 상속재산분할심판 등을 제기한 상태다. 단순 유산 분쟁을 넘어 상속인 지위 자체를 다투는 절차인 만큼 법원이 정씨 손을 들어줄 경우 이미 유족에게 넘어간 최대주주 지분 구조를 다시 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칼라일 입장에서도 인수 대상 지분 자체가 법적 분쟁 범위 안에 들어와 있는 만큼 권리관계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칼라일과 대주주 일가 간 협상도 한 차례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청호나이스 지분 전량 인수를 희망하는 칼라일 입장에서는 상속 지분 소유권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를 진척시키기 쉽지 않았던 탓이다. 정씨 측이 칼라일에도 본인의 지분 권리를 주장하며 실사가 잠정 중단되기도 했다. 다만 현재 칼라일은 정씨 몫의 지분까지 함께 인수하는 방안을 열어두고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정씨가 상속인 지위를 인정받을 경우 단숨에 청호나이스 주요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지분 전량 인수를 선호하는 글로벌 PEF 특성상 향후 지배구조 이슈나 투자금 회수(엑시트)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을 남기기보다 리스크를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정통한 관계자는 "당초 칼라일은 시장에 청호나이스 매각설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회사 측에 먼저 접촉했을 정도로 인수 의지가 강했다"며 "남은 변수는 정씨의 최종 선택인데, 그가 상속인 지위를 인정받은 뒤 지분을 팔지 않고 주요 주주로 남겠다고 버틸 경우 이번 거래 자체가 장기 표류할 수밖에 없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하지만 거래가 중단되거나 기약 없이 지연될 경우 당장 상속세 납부 기한에 쫓기는 기존 대주주 일가로서는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설령 정씨 측이 지분 매각에 동의하더라도 셈법은 간단치 않다. 정씨가 상속권을 앞세워 터무니없는 수준의 가격을 요구할 경우 기존 협상 조건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칼라일이 충분한 자금 여력을 갖춘 원매자라고 해도 시장 눈높이를 크게 벗어나는 가격까지 감수하며 거래를 밀어붙일 이유는 제한적일 수 있다. 결국 정씨 측이 어느 수준의 가격과 조건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매각의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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