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롯데손해보험 최대주주 JKL파트너스는 당국이 요구하는 자본 확충과 희망 매각가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금융당국의 경영개선요구로 사실상 원매자의 대규모 자금 투입이 인수 전제 조건이 되자 당초 기대했던 조 단위 몸값을 고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롯데손보가 4호 블라인드 펀드 핵심 포트폴리오인 만큼 투자금 회수(엑시트) 성과를 위해 지분 분할 매각 등 시장의 눈높이에 맞춘 타협점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잠정 실적 기준 롯데손보의 내재가치(EV)는 약 3조원 초반대 수준으로 평가된다. 통상 보험사의 EV를 평가하는 방식은 순자산에 CSM(보험계약마진)을 더하는 것으로 이는 현재 보유한 보험계약에서 앞으로 벌어들일 이익의 가치를 반영한 지표다. 다만 EV 그대로 매각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거래에서는 EV 전액을 인정하기보다는 일정 수준 할인된 가격에서 협상이 이뤄져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와 푸르덴셜생명이다. 2018년 신한금융은 MBK파트너스로부터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를 2조2989억원에 인수했는데 지분 100%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3조9000억원 수준이다. 당시 오렌지라이프 EV가 5조33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EV 대비 매각가 수준은 약 0.73배였다. 2019년 KB금융지주가 인수한 푸르덴셜생명 역시 지분 100% 매각가 2조2995억원, EV는 3조2000억원으로 EV 대비 매각가는 약 0.72배 수준이었다.
물론 당시에는 IFRS17 도입 이전이라 CSM이 아닌 보유계약가치(VIF)를 사용했지만 업계에서는 VIF와 CSM 모두 보유 계약에서 발생할 미래 이익의 현재가치를 평가한 지표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한 개념으로 본다. 과거 사례를 현재 EV 기준에 단순 적용하는 데 큰 무리가 없으며 두 회사 모두 생명보험사지만 국내 손해보험사 역시 10년 이상의 장기 보험 상품 비중이 높아 생보사와 가치 평가에 있어서 같은 방식을 적용해 비교해도 무방하다는 설명이다. 그간의 보험사 매각 가격이 EV 대비 0.7~0.8배 정도에서 형성됐던 점을 감안하면 롯데손보의 지분 100% 가치는 지난해 기준 약 2조원 안팎이다.
JKL파트너스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분 77%의 가치는 단순 환산하면 대략 1조6000억원 수준으로 그간 희망 매각가로 거론되던 2조원에 미치지 못한다. JKL파트너스는 2024년 JP모건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롯데손보 매각에 나섰는데 당시 우리금융지주가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다만 희망 매각가가 2조원대에 달하면서 결국 우리금융지주가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매각은 무산됐다.
낮은 시가총액도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18일 기준 롯데손보의 시가총액은 약 6500억원에 불과하다. 금융업 특성상 성장성이 제한되어 있어 대부분의 종목이 저평가되어 있고 시총과 무관하게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을 적용해 가치를 산정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원매자와의 협상 영역이다. 특히 롯데손보는 현재 금융위로부터 경영개선요구를 받은 상황이기 때문에 자본적정성 이슈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매자들은 인수 후 즉시 투입해야 할 대규모 증자 부담을 명분으로 매각가를 더욱 낮게 책정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매각을 통해서는 원하는 값을 온전히 받아내기는 불가능해진 셈이다.
JKL파트너스 입장에서는 4호 블라인드 펀드의 대표 투자 포트폴리오인 롯데손보를 원금 수준에서 회수하는 '실패' 꼬리표를 피하기 위해 다양한 거래 구조를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롯데손보 측은 우선 경영개선계획을 보완해 다시 제출한다는 방침이지만 금융당국이 보다 구체적인 증자안을 요구하고 있어 승인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실질적인 유상증자를 전제로 한 건전성 개선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의 리스크가 부각된 상황에서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대규모 추가 출자를 단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존 출자자(LP) 설득은 물론 신규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방안과 일정 수준의 수익률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건전성 개선이 지연될 경우 과거 MG손해보험 사례처럼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돼 매각 주도권이 정부에 넘어가 헐값 매각에 내몰리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매각 측과 원매자 간의 가치 평가 이견을 좁히기 위해 언아웃(Earn-out) 방식의 단계적 매각 구조가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경영권 확보가 가능한 수준의 지분만 매각해 신규 투자자가 자본 확충을 주도하게 함으로써 당국의 요구를 충족하고 잔여 지분은 향후 기업가치 개선 시점에 맞춰 처분해 최종 엑시트 성과를 높이는 식이다. IB 관계자는 "과거 대형 보험사 인수 사례에서도 초기 지분 80%를 먼저 확보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나머지 20% 지분을 사오는 구조가 활용된 적이 있다"며 "당시 금융당국 역시 해당 안을 승인했던 만큼 롯데손보 매각에서도 충분히 참고할 만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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