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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뉴욕 안가본 신용평가…2만 주주 당했다
배지원 기자
2026.05.06 08:50:16
해외자산·환헤지 이중 리스크…법정관리 한 달 전까지 A등급 유지하다 늑장 대응
이 기사는 2026년 05월 05일 06시 1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이알글로벌리츠 구조도. (출처=제이알글로벌리츠)

[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해외자산을 담은 제이알글로벌리츠에 대한 국내 신용평가사의 평정이 법정관리 신청 직전까지도 실질적인 유동성 위기를 전혀 파악하지 못해 일반주주들의 손실을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상장 리츠인 제이알이 저지른 초유의 법정관리 사태는 미온적인 신용평가사 관리감독의 사각지대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로 지적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최근 400억원 규모 단기사채를 상환하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는데 금융기관 대출 등을 포함한 전체 익스포저는 약 4000억원으로 파악된다. 회사는 지난달 27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고 공모 상장 리츠가 회생 절차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사태의 한 축에는 신용평가사의 대응 실패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산가치가 17% 이상 하락하고 유동성 위기 신호가 누적되는 동안에도 신용등급은 투자적격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가 일반주주들에 선제적 경고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한 것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3월 3일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지만 A- 등급 자체는 유지했다. 이후 4월 20일에야 BBB+로 내리며 하향검토 워치리스트에 올렸는데, 이 시점은 EOD 선언 불과 7일 전이었다. 투자적격등급이라는 외피를 두른 채 사실상 디폴트 직전까지 버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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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평가의 대응은 한국신용평가보다도 더 늦었다. 전망 변경 자체가 4월 17일, EOD 선언 열흘 전에야 이뤄졌다. 한국신용평가가 3월 초 이미 부정적 전망으로 전환한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반 가량 뒤처진 셈이다. 한국기업평가는 기업회생 신청 다음 날인 28일에야 D를 매겼다. 두 평가사 모두 선제적 경고와 사후 대응에도 늦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평가 지연의 배경으로는 해외자산 구조에서 발생하는 정보 비대칭이 지목된다.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핵심 자산인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 타워는 국내에서 직접 점검이 불가능하다. 신용평가사와 운용사, 투자자 모두 현지 자산관리회사(PM)와 감정평가 보고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자산가치 변동이 실시간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감정가 하락이 발생했더라도 공식 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는 이를 반영하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신용평가 역시 후행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자산가치 하락은 재무구조 악화로 직결됐다. 벨기에 파이낸스 타워 감정가가 11억1000만 유로에서 9억2000만 유로로 낮아지며 담보인정비율(LTV)은 약 61%까지 상승했다. 이로 인해 이른바 캐시트랩(Cash Trap)이 발동됐다.


캐시트랩은 부동산 대출 계약에서 자산 건전성이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질 때 작동하는 현금흐름 통제 장치다. 임대료 등에서 발생하는 현금수익이 투자자 배당으로 지급되지 않고 대주단이 관리하는 계좌에 적립된다. 리츠 입장에서는 현금이 유입되더라도 이를 사용할 수 없는 구조다.


캐시트랩이 발동되면 배당 재원이 차단된다. 동시에 차입금 상환이나 환헤지 비용 등 단기 유동성 수요를 외부 자금에 의존해야 한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환헤지 정산금 약 1000억원 부담까지 겹치며 유동성 압박이 급격히 확대됐다. 이런 이유로 결국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했다.


해외자산 리츠에서 캐시트랩이 더 위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 자산은 가치 하락을 비교적 빠르게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다. 반면 해외자산은 감정보고서 반영까지 시차가 존재한다. 자산가치 하락을 뒤늦게 인지하는 순간 이미 LTV 임계치를 넘어 캐시트랩이 발동된 이후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태로 약 2만 여 명의 개인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모 상장 리츠가 회생 절차에 들어간 첫 사례다. 시장에서는 신용평가사의 해외자산 평가 방식 전반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지 보고서 의존도를 낮추고 독립적 검증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자산 집중도 리스크를 별도로 반영하는 기준 마련도 과제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리츠 설계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단일 자산 의존 구조와 해외자산 기반 정보 비대칭 문제와 그로 인한 후행적 신용평가가 결합돼 리스크가 빠르가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금융2실 수석연구원은 "국내 상장리츠의 첫 부도 사례로 신용평가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며 "자산가치 변동과 유동성 리스크를 보다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평가 방법론 개정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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