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종학 기자] 행동주의가 반드시 싸움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하우스가 있다. 라이프자산운용은 기업 경영진을 적이 아닌 파트너로 상정한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라이프운용의 시선은 BNK금융지주로 향해 있다.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도입을 제안한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는 자본시장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단순히 곳간을 열라는 요구를 넘어 이를 지키는 관리자들이 주주와 같은 보상 체계를 공유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한국 기업의 저평가 원인을 단순히 산업 구조나 경기 요인으로만 보지 않는다. 강 대표는 "지배구조와 자본배분, 경영진 인센티브 등 경영 전반의 구조적 문제가 (주가 저평가와)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며 "행동주의 투자자의 역할은 이러한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프자산운용은 기업마다 저평가 원인이 다르다고 본다.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에는 비핵심 자산 활용을, 복합기업 디스카운트가 있는 곳에는 인적분할을 통한 구조 단순화를 제안하는 식이다. 강 대표는 "이러한 접근이 축적될 때 개별 기업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가장 큰 승부수는 BNK금융지주에 제안한 RSU 도입이다. 일정 한도 내에서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을 이사(사내·사외이사)에 대한 장기 성과보상으로 지급하도록 정관을 변경하고 관련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기존의 현금보상과 별개로 부여하며, 경영진과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장기적인 기업가치 향상을 도모하는 데 목적이 있다. 부여받은 주식은 임기 중은 물론 퇴임 후 2년 동안 매각과 양도, 담보 제공이 금지된다. 이를 통해 퇴임 직전 단기 성과를 위해 미래 가치를 희생하는 행위를 차단한다.
라이프운용은 그간 BNK금융지주에 대해 ▲회장 선임 절차 중단 및 투명성 요구 ▲주주 추천 사외이사 제도 도입 등을 차례로 제안해왔다. 강 대표는 이를 초점의 이동이 아닌 지배구조 개선의 단계적 적용으로 설명했다. 사외이사 제도로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했다면, 이제는 주주와 이사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켜야 할 단계라는 것이다.
라이프운용이 제안한 RSU는 주가와 ROE(자기자본이익률), CET1(보통주자본비율) 등 세 가지 지표를 연동한다. 강 대표는 "ROE 10%와 CET1 13%는 국내 금융사가 충분히 달성 가능한 현실적인 목표"라며 "건전성(당국 권고)과 수익성(주주 요구) 사이의 최적의 균형점을 보상안에 녹여냈다"고 밝혔다.
BNK금융지주 모델이 다른 금융지주사는 물론, 오너 리스크가 있는 대기업집단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본다. 소유와 지배가 불일치하는 구조에서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경영진 보상을 기업가치와 연동하는 시스템은 한국형 거버넌스 개선의 핵심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강 대표는 "경영진의 사적 이익이 주가와 연동될 때 비로소 거버넌스는 정상화된다"며 "경영진과 주주가 같은 배를 타고 성과를 공유하는 모델을 정립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 주총 시즌의 가장 큰 변화로 개정 상법의 실무적 반영을 꼽았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 전체로 확대하거나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는 등 기업들이 주주의 회사로 이동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부 기업의 퇴행적 행태에 대해서는 날을 세웠다. 강 대표는 "황금낙하산 도입이나 이사 총수 제한을 통해 집중투표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자본시장 신뢰를 훼손한다"며 "이러한 경영권 방어 목적의 정관 개정에 대해 시장과 주주들이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올해 주총의 중요한 의미"라고 짚었다.
라이프운용은 가치투자의 대가 이채원 의장과 다수의 거버넌스 전문가들이 합류해 설립한 하우스다. 기업과의 대립보다는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건설적 행동주의를 지향한다. 적대적 공격이나 여론전 대신 경영진과의 긴밀한 비공개 소통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강대권 대표는 "공개적인 요구는 대상기업에 추가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동시에 높이는 지속가능한 접근법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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