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메리츠금융지주가 베인캐피탈이 보유하던 고려아연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MBK파트너스와 재차 등을 지는 구도가 형성됐다. 이미 홈플러스 회생절차 과정에서 MBK와 갈등이 누적된 가운데 메리츠그룹이 다시 MBK와 분쟁을 벌이는 고려아연을 우회 지원한 모습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는 베인캐피탈이 가진 고려아연 지분을 인수한 데 이어 한화그룹이 기존에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까지 인수할 계획을 검토하면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자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최윤범 회장은 오너 일가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베인캐피탈의 보유분을 직접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메리츠증권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해당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경영권 확보를 시도하는 상황에서, 메리츠가 추가적인 자금 지원 카드를 꺼내들자 든든한 우군으로 신뢰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이런 맥락에서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을 넘겨 받는 시나리오를 구체화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은 현재 한화솔루션 유상증자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등 현금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시장에서는 한화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 매각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현재 ㈜한화가 1.3%를 보유 중이며 한화임팩트가 1.8% 그리고 한화파워시스템즈가 4.8%를 나눠 가지고 있다. 한화그룹 전체가 보유한 지분은 약 7.9%에 달하는데 메리츠가 이를 사들이면 최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을 견고하게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행보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선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메리츠증권이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인 최윤범 회장의 방패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는 시점에 핵심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메리츠가 최 회장의 핵심 조력자로 자리매김했음을 의미한다. 기존 재벌 총수들이 믿을 만한 금융 공급자로 신뢰를 다지려 한다는 설명이다.
사실 메리츠가 MBK·영풍 연합의 행보에 제동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메리츠는 지난 2024년 고려아연이 대항 공개 매수를 진행할 당시에도 1조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사들이며 자금을 댔다. 당시 최 회장 측은 영풍과 MBK 연합의 공격을 막아낼 결정적인 동력을 메리츠로부터 얻었다. 결과적으로 메리츠증권이 MBK의 경영권 장악 시도의 핵심 변수가 된 셈이다.
당초 메리츠와 MBK는 홈플러스 회생 사태를 두고 이미 수차례 충돌해왔다. 홈플러스 유동성 위기 당시 추진된 3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 조달을 두고 양측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는 평가다. MBK는 메리츠와 산업은행이 각 1000억원을 조달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메리츠 측이 사실상 불참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금융당국 역시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의 참여 없이 정책금융이 먼저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산업은행의 자금 집행을 보류했다. MBK가 직접 1000억원을 우선 투입하면서 경영 정상화를 위한 시간을 다소 벌게 됐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한 상황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MBK 경영진이 메리츠 측 의사결정권자들과 수차례 소통을 시도했음에도 유의미한 회신을 받지 못하는 등 사실상 실무적인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서 양사 사이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것으로 전해진다. 홈플러스 사태에서 메리츠의 비협조로 곤혹을 치렀던 MBK 입장에서는 고려아연이라는 또 다른 전장에서 메리츠를 다시 마주하게 된 것이 상당한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메리츠와 MBK의 대립 구도는 더욱 선명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의 참전은 단순한 수익 추구를 넘어 자본시장 내 주도권 싸움의 성격이 짙다"며 "양측의 신뢰 관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이번 지분 거래가 고려아연 경영권 향방을 가르는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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