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한국재무학회가 사모펀드(PEF)의 경영권 인수와 관련한 국내 주요 거래 사례들을 주제로 한 학술연구지원사업을 추진했으나 학회 안팎의 반발로 철회했다. 해당 사업의 후원사가 현재 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으로 밝혀지면서 국내 기업이 학술사업을 통해 특정한 메시지를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재무학회는 최근 소속 교수진들을 대상으로 '펀드자본주의의 도래와 점검'이라는 제목으로 사모펀드가 국내 산업과 기업 지배구조에 미친 영향을 주제로 하는 학술연구지원사업을 공지했다. 제시된 사례 가운데 하나를 택해 계약조건, 사모펀드의 경영 개입, 이해관계자 영향 등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선정된 연구자에게는 1인당 250만원의 연구비가 지급될 예정이었다.
학회는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홈플러스 ▲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어피니티의 OB맥주 ▲KCGI의 한진칼 ▲IMM프라이빗에쿼티의 한샘 ▲한앤컴퍼니의 쌍용양회 등 국내외 사례들을 연구 주제로 제시했다. 이 같은 사례들에는 각각 '적대적 M&A' 또는 '승계여력 부족', '사업구조조정' 등 부정적 맥락을 전제로 설명이 붙어 있었다.
해당 공지가 게시된 이후 학회 내부를 중심으로 "연구 방향이 과도하게 특정한 시각을 전제로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으며 일각에서는 "학술적 연구라기보다 특정 메시지를 뒷받침할 사례 수집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왔다. 학문의 독립성과 학회 중립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PEF 업계 관계자들 역시 자칫 학문적 형식을 통해 사모펀드의 투자 활동이 편향되게 해석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모펀드 투자는 전략적투자자(SI)와 달리 인수 구조나 운영 방식이 복잡하고 산업마다 개입 양상도 다른 만큼 학술연구 주제로 제시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업은 특히 현재 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이 후원사로 참여해 진행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더 커졌다. 공지에는 '고려아연 후원 펀드자본주의의 도래와 점검'이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고 연구 결과물에도 "2025년도 고려아연 후원 한국재무학회의 학술연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연구되었음"이라는 사사 표기를 명시하도록 안내돼 있었다.
업계에서는 사모펀드와 이해관계가 얽힌 고려아연이 직접 후원한 사업에서 MBK파트너스와의 분쟁이 사례로 포함된 구조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MBK파트너스-고려아연 사례에는 '적대적 M&A'라는 설명이 붙어 있어 자칫 해당 기업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연구 과제를 설계한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례 구성이 지나치게 특정 방향성을 전제로 하고 있었고 그중 한 건은 후원 기업과 직결된 사안이었기 때문에 학문적 의도보다 메시지 전달 목적이 먼저였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국재무학회는 내부 논의 끝에 사업을 철회했다. 학회 측은 "진행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어 내부적으로 재논의한 끝에 사업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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