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기쁨 기자] 자본시장의 최전선인 인수합병(M&A) 법률자문 시장에서 로펌의 브랜드 이름값만으로 모든 딜을 휩쓸던 관행에 뚜렷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 과거 대형 로펌의 간판은 그 자체로 딜 클로징을 보장하는 보증수표였지만, 최근에는 개별 변호사가 보유한 실질적 맨파워가 실익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됐다.
강소 로펌과 부티크들의 약진은 법률자문 시장의 선택 기준이 브랜드에서 실무 역량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법률 서비스가 상향 평준화되면서 기술적 인프라보다 전문가의 숙련도와 통찰력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모습이다.
최근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린, 진, 세이지, 세움' 등은 이를 상징하는 핵심 플레이어들이다. 이들은 대형 로펌의 경직된 시스템에 피로감을 느낀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정교하게 파고들었다. 파트너 변호사가 수임 단계에서만 얼굴을 비추고 실무는 주니어 변호사가 전담하는 대형사의 구조적 한계는 시장의 고질적인 불만이었다.
반면 이들 전문 로펌은 베테랑 파트너들이 직접 실무 전면에 나서 거래 전 과정을 책임지는 밀착형 구조를 확립했다. 탄탄한 인적 자원과 네트워크를 통해 특정 산업 분야에서 독보적인 전문성을 쌓거나 특색 있는 자문 색채를 구축, 대형 로펌들이 견고하게 유지해오던 리그에 틈을 벌리고 있다.
이제 클라이언트는 로펌의 물리적 규모나 외형에 현혹되기보다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의 전략을 간파하고 즉각적으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실무자를 선택하는 데 집중한다. 실제 수조 원대 대형 딜에서도 로펌의 소속보다 해당 프로젝트를 누가 책임지고 완수하느냐가 수임의 핵심 척도가 되고 있다. 법률 시스템이 상향 평준화될수록 경쟁력은 역설적으로 맨파워라는 아날로그적 요소에서 나오고 있다. 개별 전문가의 숙련도와 통찰력이 곧 생존 전략이자 최고의 브랜드가 되는 진검승부의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수임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자금 조달의 난도가 꾸준히 높아지면서 과거처럼 대규모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단순 딜보다 정교한 구조 설계가 필요한 중소형 거래나 구조조정 성격의 매물이 시장의 주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클라이언트 역시 대기업 중심에서 사모펀드(PE) 등으로 다변화되면서 자문 서비스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한층 까다로워졌다. 하나의 전문 브랜드로 기능하지 못하거나 차별화된 자문 역량을 입증하지 못하는 플레이어는 시장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로펌 간판의 보증수표 시대가 끝난 만큼, 맨파워를 앞세운 진짜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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