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유범종 산업3부장] 미국 클라우드 기업인 주오라(Zuora)의 창업자인 티엔 추오(Tien Tzuo)는 2010년대 후반부터 경제가 단발적인 구매와 판매가 아닌 지속적인 서비스 구독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구독경제'라는 단어를 정의하고 최초로 사용했다.
물론 국내에도 우유나 신문의 정기구독 등 이와 유사한 개념 자체는 이미 과거부터 대중에 퍼져 있었지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넷플릭스와 온라인 쇼핑몰인 쿠팡 로켓와우의 드라마틱한 성장으로 가능성을 확인한 기업들이 앞다퉈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제 구독경제는 소비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으며 자동차와 가전, 그리고 정교화된 핀테크 영역까지 빠르게 안착 중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40조원에서 작년 100조원으로 불과 5년 만에 두 배 이상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과거부터 대외적인 변화에 수동적이었던 전자랜드, 롯데하이마트와 같은 전통의 가전양판점들도 최근 본격적으로 구독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상당히 유의미한 지점이다.
전자랜드의 경우 1988년 용산전자상가에 첫 매장을 낸 국내 최초 가전양판점이다. 이후 2012년 직영 100호점을 개장한 뒤 2016년 시장점유율 20%를 차지하는 등 롯데하이마트와 함께 국내 양대 가전양판점으로 자리를 굳혀왔다.
하지만 이들 가전양판점들은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인한 이사 수요 감소와 가전제품 시장이 백화점과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생존의 위협까지 논해지고 있다. 실제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는 프리미엄 가전에 대한 수요를 거침없이 빨아들이고 있고 쿠팡 등의 온라인 플랫폼들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중소형 가전시장에서 약진 중이다.
오프라인 가전양판점으로서 생존전략이 절실했던 이들이 찾은 돌파구가 바로 구독 비즈니스 모델이다. 실제 전자랜드는 2023년 500여가지 상품을 온라인 최저가 수준으로 판매하는 유료멤버십 전용 점포인 '랜드500'을 론칭하고 업계 최초로 AS사업을 강화하며 차별화된 오프라인 경쟁력 창출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 월 평균 매출의 약 17~18% 안팎이 구독 비즈니스 모델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하이마트도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구독사업에 진출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업계 후발주자인 만큼 애플과 로보락, 다이슨 등 기존 구독 서비스에는 없었던 다양한 해외 브랜드를 구독 상품으로 포함시키며 다양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아가 최근에는 설치와 수리, 클리닝 등 이른바 생활 케어 서비스까지 강화하며 가전 구매 전후 전 과정을 아우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들의 전략을 보면 사실상 모두 초기 고정비용 부담을 수반하지만 백화점과 온라인 채널에 빼앗긴 고객들을 되찾고 락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이들이 보유한 오프라인 매장 역시 그간 오직 판매를 위한 공간에서 구독 상담과 체험을 위한 공간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 가전양판점에게 구독 비즈니스는 옵션이 아닌 필수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향후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같은 제조사들과 백화점 그리고 온라인 쇼핑몰들 사이에서 이들이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얼마나 더 많은 장기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그들로부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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