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주요 금융지주들이 이재명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및 실물경제 지원 강화 기조에 발맞춰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핵심 경영과제로 설정하고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생산적 금융은 제조·혁신기업 자금 지원과 벤처·신산업 투자 등을 통해 실물경제 성장을 유도하는 금융 공급을 의미한다.
다만 금융지주 내부에서는 계열사별 분위기 차도 감지된다. 은행은 기업대출 중심으로 빠르게 실적을 쌓고 있는 반면 증권사는 모험자본 투자 부담이 큰 만큼 투자 대상 선별과 검증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하는 모습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 등 5대 금융지주의 올해 생산적 금융 공급 목표는 총 80조50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올해 1분기 공급 실적은 약 37조3000억원으로 연간 목표의 46% 수준이다. 연간 목표의 절반가량을 3개월 만에 달성한 셈이다. 공급 목표와 실적은 각 금융지주가 자체 집계한 내용을 합산한 수치다.
금융권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생산적 금융 확대 요구가 커지면서 AI·바이오·인프라 등 미래 산업 중심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가계대출 중심의 자금 쏠림을 완화하고 첨단산업 및 혁신기업 지원 강화를 강조하는 분위기다. 기존 부동산 PF·가계대출 중심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실물경제 지원 강화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특히 금융지주들은 생산적 금융 목표 달성을 위해 조직과 핵심성과지표(KPI) 체계를 손질하는 동시에 실제 투자 집행 방향과 실적 관리 방안을 놓고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생산적 금융 확대가 단순 정책 대응을 넘어 향후 그룹 성장 전략과 직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나금융은 최근 생산적 금융 공급 목표를 기존 계획보다 늘어난 17조8000억원으로 확대했고 그룹 차원의 투자·생산적금융 부문과 지원 조직도 신설했다. KB·신한·우리금융 등도 생산적·포용 금융 목표를 제시하고 관련 사업 확대에 분주한 상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생산적 금융 확대를 둘러싼 온도차도 나타난다. 은행권은 기업대출 중심으로 비교적 빠르게 생산적 금융 실적을 쌓고 있는 반면 증권사는 투자 실패 가능성과 회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일부 금융지주 집계에 따르면 생산적 금융 실적 가운데 기업대출 비중이 70%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보·보증 기반 기업대출 비중이 높은 은행과 달리 증권사는 모험자본 공급과 직접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투자 리스크 부담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은행은 담보와 금리 수익 기반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하지만 증권사는 투자금 회수 지연이나 밸류에이션 조정 시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AI·바이오 등 첨단 산업 관련 투자는 회수 기간이 길고 밸류에이션 변동성도 큰 만큼 증권사들은 투자 대상 검증 단계부터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일부 증권사는 지난해부터 신규 투자 검토와 기술 심사 강화를 위해 변리사·회계사 등 전문 인력을 꾸준히 확충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AI·바이오 기업 기술평가와 프리IPO(상장 전 투자) 심사 역량 강화를 위한 전담 조직 확대에도 나선 상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현재 진행하는 생산적 금융 투자 결과는 2~3년 뒤 본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은행은 대출 중심이라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증권사는 향후 투자 성과가 실적과 경쟁력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어 리스크를 꼼꼼히 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금리 방향성과 IPO 시장 회복 여부 등에 따라 생산적 금융 성과 체감도 역시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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