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한화솔루션 이사회의 독립성은 이번 2조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결정 과정에서 근본적인 의문에 직면했다. 대규모 증자 의결을 두고서도 사외이사들이 대주주 이해만 대변하면서 사실상 소액주주를 대신해 경영진을 견제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확산되는 것이다. 게다가 유상증자 이후에는 사외이사 전원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며 논란을 더욱 키웠다. 시장에서는 감시자 역할을 했어야 할 사외이사가 경영진과 동일한 입장에서 소액주주 설득을 위한 전면에 나섰다는 지적가 제기된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26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2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의결했고 이 증자는 기존 발행주식 총수의 약 42%에 해당하는 대규모로 판단된다.
일단 첫번째 문제는 의사결정 시점이다. 불과 이틀 전인 3월 2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규 사외이사가 선임됐고, 이들은 곧바로 해당 안건을 이의 없이 의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이에 대해 (사외이사들이 이와 관련한) 물리적 검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을 수반하는 중대한 의사결정이다. 특히 발행 규모가 2조원을 넘고 기존 주식 대비 비중이 높은 경우라면 사업 필요성, 자금 사용처, 대체 조달 수단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신임 사외이사들이 이틀 만에 의결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경영진의 판단을 그대로 승인한 '거수기' 역할이 아니였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이 같은 의결 구조 자체가 이사회 독립성을 훼손하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이사회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검증하고 필요하면 이에 대한 제동을 거는 최후의 장치다. 하지만 이번 사례에서는 형식적 절차만 남았을 뿐 실질적 검증 기능은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관계자는 "이틀 만에 (이 정도 규모의 증자를) 동의하는 결의는 불가능하다"며 "독립이사 4명 중 2명이 이사회 이틀 전 주총에서 선임돼 개정 상법의 취지에 맞는 역할을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화솔루션 측은 사외이사 후보자 시절부터 사전 설명회를 통해 관련 내용을 충분히 공유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실제로 회사는 3월 중순 사전 미팅을 통해 유상증자 필요성과 구조를 설명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후보자 신분에서의 사전 검토가 정식 선임 이후 요구되는 법적 책임과 동일한 수준의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남는다. 이사회 의결은 임기 개시 이후 독립적 판단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사전 설명만으로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논란은 유상증자 이후 행보에서 더욱 확대됐다. 한화솔루션은 유상증자 발표 직후 주가가 급락하자 경영진과 함께 사외이사 전원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장재수 이사회 의장을 포함한 사외이사 4명이 모두 참여했다. 통상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러나 사외이사까지 집단적으로 매입에 나서는 사례는 드물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사외이사의 역할이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외이사는 경영진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의사결정을 감시하는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유상증자 직후 주가 하락 국면에서 사외이사들이 일제히 매수에 나선 것은, 유상증자의 정당성을 시장에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독립적 감시자가 아니라 사실상 경영진과 이해를 같이하는 주체로 비춰진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개정 상법 취지와의 충돌도 거론된다. 최근 상법 개정 논의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사회는 단순히 회사의 이익이 아니라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요구다. 그러나 이번 사례에서는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제기된 상황에서도 이를 견제하기보다 오히려 방어 논리에 힘을 싣는 모습이 나타났다는 평가다.
이사회 소집 절차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한화솔루션 정관은 이사회 개최 7일 전 통지를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사 전원의 동의가 있을 경우 예외적으로 생략할 수 있다. 이번 유상증자 의결 과정에서는 해당 절차가 생략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7일이라는 기간이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최소한의 검토 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라며 "이를 건너뛴 것은 결과적으로 이사회 스스로 검증 기능을 축소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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