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임초롱 기자] 두산그룹이 SK실트론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2조5000억원 규모 금융 주선을 산업은행에 요청했다. 산은은 우리은행과 공동으로 주선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과거 구조조정 과정에서 구축된 신뢰 관계와 두산그룹의 재무 정상화 이행 경험 등이 이번 지원 논의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두산그룹의 SK실트론 인수를 위한 2조5000억원 규모 인수금융 주선을 공동 검토하고 있으며, 현재 세부 분담 비율 등을 조율 중이다. 이 가운데 약 1조원은 인수 자금으로 활용되고, 나머지 1조5000억원은 인수 이후 기존 차입금 상환 등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공동 주선을 검토 중인 단계"라며 "양측 간 구체적인 주선 비율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산은이 이번 대규모 인수금융 주선에 적극 나선 배경에는 과거 두산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쌓인 신뢰 관계와 재무 정상화 경험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20년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며 채권단 관리체제에 들어갔다. 당시 두산중공업은 석탄화력 등 전통 발전사업 부진과 자회사인 두산건설 지원 부담 등으로 재무구조가 악화한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며 유동성 압박이 확대되면서 산은에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이후 산은은 수출입은행과 함께 총 3조원 규모 자금을 지원했고, 두산그룹은 이에 맞춰 대규모 자구계획을 제출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했다. 두산그룹 자구계획 일환으로 매각한 계열사 자산은 총 3조1000억원 규모다. 클럽모우CC(1850억원)·네오플럭스(711억원)·두산타워(8000억원)·두산솔루스(6986억원)·모트롤BG(4530억원)·두산인프라코어(8500억원)·두산건설 등이 두산그룹 품을 떠났다. 이와 함께 1조1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포함해 두산중공업은 총 3조4000억원 규모 자본확충을 마무리했다.
이를 통해 두산그룹은 약 23개월 만에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벗어났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당시 두산그룹이 약속한 자구안을 대부분 이행하며 재무 정상화에 성공한 점이 정책금융기관의 평가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같은 신뢰를 바탕으로 산은은 두산그룹의 대형 자금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우군 역할을 지속하는 모습이다.
산업적 명분도 뚜렷하다. 현재 정부에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산업 육성과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에 힘을 쏟고 있다. 산은은 국민성장펀드와 별도로 향후 5년간 250조원을 지원하는 산은 자체 프로그램 KDB넥스트코리아를 신설해 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100조원, 지역금융 확대 75조원, 주력산업 지원 50조원 등을 투입하기로 한 바 있다.
특히 반도체 웨이퍼는 첨단 반도체 생산의 핵심 소재로 공급망 안정성과 직결되는 분야라는 점에서 정책금융 지원 명분도 확보했다는 평가다.
SK실트론은 반도체 웨이퍼 제조 기업으로, 두산그룹은 이번 인수를 통해 반도체 소재·전공정·후공정을 아우르는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두산 전자BG는 AI 가속기용 동박적층판(CCL)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두산테스나는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여기에 웨이퍼 사업까지 더해질 경우 반도체 사업 간 연계 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금융주선은 산은에서 주도적으로 나서면서 성사된 딜"이라면서도 "아직 산은에서 최종적으로 확정짓지 않아 산은과 우리은행 중에서 누가 어느 정도 규모를 담당할 것인지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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