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두산그룹이 SK실트론 인수를 놓고 SK㈜와 본격적인 협의에 나섰다. 지난 2022년 인수한 자회사 두산테스나와의 사업적 시너지는 제한적이지만, 그룹 내 반도체 밸류체인을 강화하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SK실트론은 SK하이닉스를 핵심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어, 국내 메모리 양대기업을 모두 아우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출 불확실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SK㈜는 최근 SK실트론 지분 매각을 위해 두산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각 대상은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한 나머지 지분 29.4%는 거래 대상에서 제외됐다. SK실트론의 기업가치는 5조원 안팎으로 평가되며, 9월 말 기준 순차입금(2조4611억원)을 감안하면 두산 그룹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재원은 1조원 초반 수준으로 추산된다.
두산그룹이 추진하는 첫 조(兆)단위 반도체 '빅딜'인 만큼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두산그룹은 반도체 사업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키우려는 의지가 강한 편이다. 궁극적으로는 '반도체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에 그룹 내 M&A팀을 중심으로, 대규모 비용 투자가 뒤따르는 파운드리 사업을 제외한 팹리스·웨이퍼 제조·패키징·테스트 등 반도체 공정 전반의 매물을 살펴보며 기회를 모색해왔다.
인수 대상인 SK실트론은 두산그룹의 반도체 밸류체인 구축에 기여할 하나의 핵심 퍼즐로 평가된다. 현재 그룹 내 반도체 사업은 두산 산하에 있는 전자BG사업부와 자회사 두산테스나가 양 축을 이룬다. 전자BG사업부는 반도체 기판용 동박적층판(CCL)을 생산하는 소재 사업을 담당하고, 두산테스나는 반도체 후공정인 웨이퍼 테스트 전문 기업이다. 여기에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까지 더해질 경우, 포트폴리오가 공정 전반에 걸쳐 균형 있게 재편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두산그룹의 반도체 투자 전략이 처음부터 대규모 포트폴리오 확장에만 맞춰진 것은 아니었다. 초기에는 오히려 두산테스나를 핀셋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했다. 이에 웨이퍼 테스트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팹리스나 패키지 업체들이 물망에 올랐다.
팹리스는 사업 특성상 후공정 물량까지 일부 관여할 수 있고, 패키지는 테스트 사업을 확장해 '턴키' 솔루션을 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당시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SFA반도체, 세미파이브, ITEK 모두 기업 규모는 작지만 두산테스나의 사업 방향성과 맞닿아 있는 매물이었다.
하지만 가격 눈높이 차이로 최종 결렬되는 등 협상이 수월치 않았고, 두산테스나 자체의 여건도 점차 악화됐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두산테스나의 9월 말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026억원으로 전년 동기(1740억원)보다 41.03% 줄었다. 같은 기간 순손익이 363억원에서 마이너스(-)143억원으로 적자 전환한 여파다. 두산테스나는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삼성전자에서 발생할 정도로 단일 고객사 의존도가 높은데, 최근 삼성전자로부터 유의미한 테스트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비용 부담이 커졌다.
여기에 지난 2023년에 인수해 두산테스나 산하로 편입된 웨이퍼 백그라인딩·쏘잉 기업 엔지온(현 DP사업부) 역시 적자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두고 고민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엔지온의 경우 두산 그룹에서는 사실상 '투자 실패'로 보는 분위기"라며 "현재는 엔지온의 사업 지속 여부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두산그룹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사업 철수 등의 의사 결정이 빠른 편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SK실트론은 웨이퍼 테스트 사업과 연관성은 없지만, 그룹 차원에서 '반도체 캐시카우'를 확보하려는 판단 아래 인수 후보로 부상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고객사 다변화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SK실트론은 삼성전자뿐 아니라 SK하이닉스도 핵심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어, 국내 메모리 양대산맥으로부터 수주를 따내고 있다. 삼성전자에 매출이 편중된 두산테스나의 구조적 의존도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업계 다른 관계자는 "당초 두산 그룹이 ITEK 등 테스트 기업을 인수 물망에 올렸던 배경 중 하나는, SK하이닉스와의 거래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었다"며 "이런 맥락에서 보면 SK실트론을 인수하는 것도 SK하이닉스 관련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SK실트론은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과도 거래를 이어가고 있어,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는 데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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