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정부가 오는 5월9일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의 일환으로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를 종료한다. 이같은 소식에 마음이 불안해지고 신경이 곤두선다. 이런 반응만 보면 '혹시 다주택자인가' 하는 오해를 살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서울 끝자락 20평형대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무주택 세입자다.
주거 불안을 크게 느끼는 이유는 '다주택자 집주인' 때문이다. 집주인은 강남과 과천, 그리고 기자가 살고 있는 집까지 세 채를 보유하고 있다. 정책 기조가 한층 강화돼 집주인이 보유 주택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입지가 가장 좋고 가격이 높은 주택을 남기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 집을 먼저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충분히 현실적인 시나리오다.
이 집이 급하게 매각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제때 돌려줄 수 있을지 하는 걱정에 잠을 설친 날도 있다. 괜히 집주인의 카카오톡 프로필을 열어 보며 별일 없이 지내는지 확인해보기도 한다. 다주택자인 집주인이 집을 팔지 말지 고민하는 문제보다, 무주택 세입자가 느끼는 불안과 설움이 훨씬 크다는 결론에 이르곤 한다.
이처럼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 강도를 높인 움직임은 세입자에게 거주 안정성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적인 주거 리스크로 다가온다. 여기에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에 이어 대출 만기 연장 제한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최근 들어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다주택자를 주택 시장 안정을 저해하고 무주택자의 매수 기회를 제약해 주거 불안을 키우는 주범으로 본다. 이러한 규제를 통해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매물을 늘려 집값과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다. 방향 자체에 이견을 달기는 어렵다. 과도한 레버리지에 기반한 투자 구조를 손보자는 문제의식에도 공감한다.
다만 우려되는 지점은 다주택자를 향한 규제의 속도와 강도다.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에 더해 추가 규제를 다시 강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환금성이 낮은 부동산 자산에서 대출이 한꺼번에 회수될 경우 유동성 압박을 받은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거나 전세 보증금 반환이 지연되는 상황이 현실화할 수 있다. 그 충격은 다주택자가 아니라 세입자에게 먼저 전가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다주택자의 레버리지를 축소할 경우 무주택 가구의 주거 안정을 제도적으로 담보하지 못한 채 또 다른 불안을 낳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주택자가 담당해 온 임대 공급의 공백을 해소할 구조적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무주택자의 주거는 다주택자가 공급해 온 임대주택에 상당 부분 의존해 온 측면이 크다. 특히 사회 초년생에게 서울에서 자력으로 주택을 매입하기에는 자금이 턱없이 부족하고 직장 이동이나 생애 주기의 변화를 고려하면 매매는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다주택자를 '악'의 문제로 단순화하기보다 주택시장 구조 속에서 수행해 온 역할까지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주택 시장의 안정적인 연착륙을 목표로 한다면 주거 시장 해법은 다주택을 향한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정책의 설계에 있다. 대출 만기 연장을 일괄적으로 제한하기에 앞서 세입자 보호 장치를 촘촘히 마련하고 상환 능력을 고려한 단계적 감축 방안을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일 수 있다. 투기 억제라는 정책 목표가 가장 취약한 고리의 주거 불안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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