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가 금융정보분석원(FIU)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FIU가 내린 영업 일부정지 중징계에 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가상자산 거래소를 향한 제재 기준과 책임 범위를 둘러싼 후속 분쟁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이정원)는 두나무가 FIU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 일부정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이번 소송은 FIU가 두나무의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 거래와 고객확인의무 위반 등을 문제 삼아 영업 일부정지 3개월 처분을 내린 데서 비롯됐다. 두나무는 이에 불복해 효력정지와 본안 소송으로 맞서왔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두나무에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다. 법원은 두나무의 조치가 사후적으로 충분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면서도 규제당국이 구체적인 이행 기준이나 지침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름의 차단 조치를 취해온 만큼 이를 곧바로 고의나 중과실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자금세탁행위와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를 막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쟁점은 100만원 미만 거래 구간에 있었다. 법원 설명자료에 따르면 당시 100만원 이상 거래는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규제가 명시돼 있었지만 100만원 미만 거래에는 구체적 기준이 없었다. 두나무는 고객 확약서를 받고 외부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출고 지갑주소를 점검해 미신고 사업자로 확인된 상대방과의 거래를 막아왔지만 시스템상 'Unknown'으로 회신된 건은 거래가 이뤄졌고 이 가운데 일부가 사후적으로 미신고 사업자로 확인됐다.
FIU가 문제 삼은 건수는 4만4948건이다. 이는 지난 2022년 8월28일부터 2024년 8월23일까지 이뤄진 100만원 미만 출고거래 가운데 사후적으로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로 확인된 사례다. 법원은 이 수치만으로 두나무가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고 결국 처분사유 자체가 인정되지 않아 영업 일부정지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FIU는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FIU는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 자체가 자금세탁 위험이 높은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을 들어 이번 1심 판단에 대해 법리적으로 더 다툴 여지가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쟁점은 2심에서 다시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판결이 두나무 한 곳에 그치지 않고 다른 거래소들의 후속 재판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빗썸은 지난달 FIU의 영업 일부정지 6개월 처분에 불복해 취소소송과 집행정지를 함께 제기한 상태다. 코인원 역시 특금법 위반으로 영업 일부정지 3개월의 제재안을 사전 통지받은 상태여서, 최종 수위 확정을 앞두고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판례가 생겼다는 점 자체가 다르다"며 "빗썸과 코인원처럼 유사한 쟁점을 안고 있는 곳들 입장에서는 이번 판단이 하나의 기준점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 통보를 받은 사업자들도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대응 전략을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며 "두나무 승소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의 재판으로 시선이 옮겨갈 수밖에 없고 향후 변론기일이 진행되면 전체 윤곽도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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