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모험자본의 역할이 커지며 벤처투자 시장에도 새로운 기대가 모이고 있다. 다만 시장의 마중물이 되는 출자 규모가 확대될수록 대형 운용사로의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정책·민간자금 유치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운용자금을 총괄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존재감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유력 벤처캐피탈리스트를 조명한다.
[딜사이트 김현호 기자] 박선배 신한벤처투자 대표는 쌍용정유(현 에쓰오일)에서 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70년생으로 서울대 화학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아 자연스럽게 제조 현장으로 일터를 향한 것이다.
그러나 커리어 전환은 단순히 제조 기지가 있던 지방보다는 서울살이를 희망하면서 이뤄졌다. 같은 학과 출신이자 KTB네트워크(현 우리벤처파트너스)에 몸담았던 김영환 브이플랫폼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벤처캐피탈이라는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2000년 KTB네트워크에 입사한 후에는 투자심사와 포트폴리오 관리 실무를 맡아 벤처투자 경력을 본격적으로 쌓았다.
벤처캐피탈 사관학교로 불리는 KTB네트워크에서 공대 출신 심사역의 강점을 살려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바이오 분야에서 성과를 쌓았다. 대표 포트폴리오로는 반도체 광학검사장비 기업 넥스틴과 미국 바이오 장비 업체 버클리라이츠가 꼽힌다. 해당 투자에서 각각 멀티플 14배와 8배라는 성과를 올렸다. KTB네트워크가 2022년 다올인베스트먼트로 사명이 변경된 후에는 우수한 투자 성과를 인정받으며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박선배 대표는 KTB의 주인이 세 번이나 바뀌는 동안 회사를 지켰지만 지난해 초 25년 만에 신한벤처투자 대표이사(CEO)로 자리를 옮겼다. 순혈주의가 강한 신한금융그룹에서 외부인으로 계열사 경쟁자들을 누르고 CEO로 기용된 것은 이례적인 경우였다. 실제 VC업계에서 타 금융권 출신이 대표이사로 직행한 사례는 박 대표와 김현진 NH벤처투자 대표, 이구욱 JB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소수에 불과하다.
신한벤처투자 합류 이후 박선배 대표가 전면에 내건 메시지는 '신속·심층·과감'이다. 투자 판단 속도를 높이되 리스크 검토의 깊이와 밀도를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리스크 심사본부를 신설하고 컴플라이언스팀을 독립시켜 조직의 전문성과 견제 기능을 강화했다. VC본부를 2본부 체계로 확대해 심사·집행 라인을 이원화했고, 유망 거래의 발굴부터 투자 실행까지 속도를 높이고 분야별 전문성을 끌어올렸다.
올해는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연임에 성공한 진 회장은 이재명 정부의 모험자본 코드를 맞추기 위해 금융 전략의 무게중심을 부동산·담보 중심에서 첨단산업·벤처투자 방향으로 재설계했다. 생산적 금융 추진단을 발족한 데 이어 ▲국민성장펀드(2조원) ▲그룹 자체투자(2조원) ▲여신지원(13조원) ▲포용금융(3조원) 등 20조원의 실행계획을 확정하며 정책 연계형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진옥동 회장이 내건 기조 속에서 신한벤처투자는 정책 연계형 모험자본을 실제 투자로 연결하는 핵심 실행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20조원 투자가 큰 방향이라면 신한벤처투자는 유망 기업을 선별해 자금을 공급하고 성장 단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집행 엔진' 역할을 맡는 구조다. 특히 국민성장펀드 출자와 그룹 자체 투자 확대가 맞물리는 국면에서 계열 벤처투자 플랫폼의 선별·집행 역량이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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