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현호 기자] 금융권 최초의 민간 모펀드 운용 타이틀을 보유한 신한자산운용이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재정모펀드 위탁운용사(GP) 선정을 위한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신한운용은 민간 모펀드 운용 경험과 최근 3년간의 정책펀드 수주 실적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전담 인력 부족과 함께 금융지주 계열사로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이해 상충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운용은 국민성장펀드 모펀드 GP 선정전에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라이벌들에 비해 앞선 경쟁력으로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민간 벤처 모펀드를 가동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신한금융그룹은 2018년 1000억원 규모의 '신한BNPP창업벤처펀드1호'를 결성하며 민간 모펀드 시장을 개척했다. 이후 운용자산(AUM) 규모를 약 2조원까지 키웠고 20여개의 자펀드를 파생시켰다. 이미 민간 모펀드에서 출자자(LP) 유치부터 자펀드 선별·사후관리까지 전 주기를 경험한 만큼 국민성장펀드가 요구하는 '정책자금+민간자금' 결합 구조를 빠르게 안착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책 모펀드 운용 실적의 연속성 또한 강점으로 꼽힌다. 신한운용은 강력한 라이벌 성장금융을 제치고 2023년부터 3년 연속 혁신성장 재정모펀드 운용사로 선정됐다. 아울러 과학기술혁신펀드 운용권까지 확보하며 단발성 수주가 아닌 구조적인 운용 역량을 입증했다. 자펀드 선발과 사후관리 등 전반적인 운용 체계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조성호 특별자산운용본부장이 진두지휘한다. 조 본부장은 2007년 신한은행에 입사해 투자금융 실무를 쌓은 뒤 2018년 신한운용으로 자리를 옮겨 특별자산 조직을 직접 꾸렸다. 이후 조직을 팀→실→본부로 승격시켰고 운용 인력 12명과 함께 이번 사업에 뛰어들었다. 조 본부장의 강점으로는 은행과 운용을 아우르는 실무 감각, 정책자금과 민간자금을 함께 엮어내는 구조화 역량이 꼽힌다. 또 본부 신설 초기부터 인력·프로세스·심사 체계를 일관되게 구축해 대형 간접투자 플랫폼에서도 실행력과 안정성을 동시에 입증하고 있다는 평가다. 조 본부장은 "민간모펀드 영역에서는 가장 긴 업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하우스의 숙련된 경험을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한운용의 빈약한 인력 구조와 조직 인프라가 거대 정책 자금을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제기한다. 신한운용 전체 직원은 300여명에 달하지만 이 중 90% 이상은 주식과 채권 그리고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에 집중되어 있다. 정책펀드를 전담하는 특별자산운용본부 인력은 본부장을 포함해 12명에 불과하다. 80여명의 인력이 정책펀드만 취급하고 있는 성장금융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리스크 관리와 컴플라이언스 전산 시스템 역시 유동성 자산 관리에 최적화되어 있어 복잡한 정책 펀드의 사후관리를 감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지주 계열사로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이해 상충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민간 운용사는 태생적으로 전략적 투자자(SI)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펀드 운용 과정에서 그룹의 이익을 우선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자펀드 운용사 선정 시 그룹의 주거래 기업이나 관계사에 유리한 조건을 내걸거나 대출 및 주금 납입 등 은행 업무와 연계된 유무형의 압력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신한운용이 운용하는 민간 모펀드의 자금 출처가 대부분 그룹 계열사인 캡티브 구조라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외부 자금 유치 역량과 운용 독립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우려다. 실제로 민간 모펀드 결성 초기부터 그룹이 매년 1000억원 규모의 출자를 지속하며 그룹 의존도가 높다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 계열 자금 비중이 높을수록 민간자금 확장성이나 외부 LP 유치 역량에 대한 검증 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정책자금과 민간자금을 함께 끌어와야 하는 구조에서는 자금 출처 다변화와 독립적 운용 체계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입증하느냐가 이번 심사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다만 최근 연임에 성공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정부와 긴밀히 코드를 맞추고 있다는 사실은 지원자들 사이에서도 확실한 경쟁력으로 손꼽힌다. 진 회장은 지난해 정부 초기 자신이 가진 일본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정부의 대일 관계 회복을 도와 국익에 기여했다는 평을 얻었다. 최근에도 이재명 대통령이 추진한 취약 계층을 위한 먹거리 기본 보장 사업 '그냥드림'에 3년간 45억 원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공개 칭찬을 얻기도 했다. 신한금융은 지난 4일에는 주요 그룹사를 모아 신한미소금융재단에 1000억 원을 추가 출연해 청년 및 지방 취약 계층을 상대로 진행하는 정책금융 사업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취약 가정에서 태어나 부친을 일찍 여의고 어머니와 힘겨운 학창 시절을 보낸 진 회장은 상고 출신으로 금융그룹 수장이 된 이후에도 근본을 잃지 않고 개인 차원에서, 그룹 차원에서 기부를 끊임없이 이어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제안서를 낸 신한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등 금융지주 계열은 모두 같은 약점을 갖고 있다"며 "결국 정책금융의 공공성과 민간의 효율성 사이에서 이들이 제시하는 독립 운용 약속의 실효성이 이번 심사의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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