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은행 리테일은 고객이 은행과 처음 만나는 프론트 창구다. 영업점을 방문해 계좌를 개설하고 적금을 들며, 내 집 마련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등 금융 생애 주기의 첫 발은 리테일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 첫 창구의 풍경은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달라졌다. 고객이 영업점에서 설명을 듣기보다 모바일 앱에서 금리를 비교하고 대출을 갈아타며 각종 금융 거래를 비대면으로 완결하는 흐름이 일상이 됐다.
하나은행 리테일그룹은 이런 변화를 선제적으로 반영해 모바일 앱 '하나원큐'를 중심으로 한 상품 전략과, 현장과 손님의 목소리를 최우선에 두는 경영 방식을 두 축으로 리테일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16일 딜사이트와 만난 김영호 하나은행 리테일그룹장(하나금융지주 상무)은 "리테일 상품이나 고객 제도를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현장과 손님의 목소리"라며 "현장의 의견을 먼저 듣고 손님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이 리테일의 핵심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김 그룹장은 하나은행에서 30년 넘게 리테일 분야를 담당해온 '정통 리테일맨'이다. 마포역지점 지점장, 리테일사업부 부장, 리테일사업본부 본부장을 거쳐 올해 1월 리테일그룹장에 올랐다. 현재 리테일그룹은 예·적금 등 상품 서비스를 담당하는 리테일사업본부와 고객 관리를 전담하는 손님지원본부로 구성돼 있다.
김 그룹장은 디지털·AI 전환과 비대면 금융 확산이 리테일 상품 구조 자체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에는 1~2년 유지되는 주거래 적금 같은 스테디셀러 상품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적금 가입 기간이 1년에서 6개월로 짧아지는 등 상품 트렌드 변화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며 "하나원큐가 손님 거래의 중심 채널로 자리 잡으면서 리테일의 역할도 창구 중심에서 앱 중심으로 재정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현재 하나원큐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뉴원큐' 출시를 준비 중이다. 내년 2~3월 공개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리테일 전략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비대면 전용 상품의 성장세도 뚜렷하다. '모두 다 하나통장'은 입출금계좌와 증권계좌를 동시에 개설할 수 있는 파킹통장형 상품이다. 올해 증시 호황과 맞물리며 자연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그룹장은 AX(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리테일 상품 경쟁력은 단순 금리가 아니라 '스토리텔링'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전에는 3~4% 금리만으로도 상품이 잘 팔렸지만, 지금은 시장 자체가 6~7% 금리 경쟁 구도로 바뀌었다"며 "이제는 하나의 이야기를 담아 고객의 흥미와 참여를 이끌어내는 상품이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나원큐 스포츠 시리즈다. 농구·축구·골프 등 하나금융이 보유한 스포츠 자산을 활용해 팬덤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지난해 10월 여자프로농구 시즌에 맞춰 출시한 '하나 농구 응원 적금'과 '하나원큐 농구Play'를 비롯해 앞서 선보인 '하나원큐 축구Play' 등의 스포츠와 결합된 금융상품을 연달아 선보이며 호응을 얻고 있다. 김 그룹장은 "내년에도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규 고객 유치뿐 아니라 기존 충성 고객에 대한 예우도 강화하고 있다. 이호성 하나은행장 취임 이후 10년 이상 장기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한 '하나 더 퍼스트 손님' 프로그램을 신설해 전용 라운지 이용 등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내년 리테일그룹의 핵심 전략 사업으로는 '나라사랑카드 3기'를 꼽았다. 김 그룹장은 "국군 장병을 대상으로 주거래 고객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젊은 고객층 유입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성장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