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KT의 위약금 면제 조치가 촉발한 대규모 번호이동 국면에서 최대 수혜자는 SK텔레콤으로 나타났다. 마케팅 경쟁이라는 외부 변수 외에도 반년 이상 이어진 고객 신뢰 회복 노력이 이번 이동 국면에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다만 향후 관전 포인트는 이러한 신뢰가 단기적인 가입자 유입에 그치지 않고 위기 대응 과정에서 축적된 신뢰가 고객 락인 등 구조적인 경쟁력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 여부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KT가 위약금 면제를 시작한 지난해 12월31일부터 이달 13일까지 KT에서 이탈한 가입자는 누적 31만2902명에 달했다. 하루 평균 이탈 규모는 2만2000명 수준이다. 특히 12일과 13일 이틀 동안에만 전체 이탈의 31%가 집중되며 막판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KT가 위약금을 소급 환급하기로 한 기간인 지난해 9월 1일부터 12월30일까지 KT 이탈 고객은 약 35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위약금 면제와 소급 환급을 포함해 KT가 환급해줘야 할 고객은 총 66만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평상시 하루 평균 번호이동 규모가 1만5000여 건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큰 이동이다. 또 지난해 7월 SK텔레콤이 열흘간 위약금 면제를 시행하며 약 16만6000명이 다른 통신사로 이동했던 당시 규모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탈 고객의 행선지는 뚜렷했다. 13일 하루 기준 KT를 떠난 고객 4만6120명 가운데 2만8870명이 SK텔레콤을 선택했고 LG유플러스는 9985명, 알뜰폰(MVNO)은 7265명에 그쳤다. 위약금 면제 기간 전체 기준으로 보면 KT 이탈 고객 가운데 약 65%가 SK텔레콤으로 이동한 것으로 집계된다. 단순 환산 시 SK텔레콤으로 이동한 가입자는 약 20만명 안팎에 이른다. KT 이탈 고객 4명 중 3명이 SK텔레콤을 선택한 셈이다.
이 같은 쏠림 현상은 위약금 면제라는 외부 변수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해 사이버 침해사고 이후 보상과 보호 조치를 선제적으로 시행해 왔다. 2025년 하반기 동안 요금 50% 할인, 매달 데이터 50GB 추가 제공, 유심 무상 교체와 유심 보호 서비스 등 실질적인 보상안을 잇달아 내놓으며 고객 신뢰 회복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은 고객 체감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별도 신청 없이 자동 적용되는 요금 할인, 대규모 유심 무상 교체, 해지 고객 재가입 시 가입 연수와 멤버십 등급을 원복해주는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비용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이후 고객이 실제 선택을 해야 하는 국면에서 경쟁 우위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실제 KT 위약금 면제 이후 번호이동 수요가 본격적으로 분출되자 SK텔레콤은 이를 대부분 흡수했다. 이동통신 3사(MNO 기준) 누적 순증·순감을 보면, 위약금 면제 기간 동안 SK텔레콤은 약 16만2953명 순증을 기록한 반면 KT는 17만9760명 순감을 나타냈다. LG유플러스는 같은 기간 4만7772명 순증을 기록했다. 알뜰폰을 포함할 경우 SK텔레콤의 순증 규모는 약 16만5370명으로 늘어난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위기 이후 보상과 보호 조치를 비교적 일관되게 이어왔다"며 "KT 위약금 면제 이후 이동 흐름에서도 그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고객 신뢰 회복이 가입자 지표에서는 성과로 나타난 반면 주주 관점에서는 배당 정상화 속도가 또 다른 변수로 남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의 배당 정상화 속도를 둘러싼 시장 기대가 여전히 높다고 보고 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결 순이익의 50% 이상을 배당으로 지급한다는 원칙은 유지되고 있지만, 배당 성향이 단기간에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고 보면 2025년 4분기 주당배당금(DPS)은 340원, 2026년 1분기 DPS는 600원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4분기 배당 발표와 1분기 배당 공개 이후에는 단기적인 배당 정상화 기대가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배당 관련 리스크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는 시점이 이르면 4월 전후가 될 수 있다며, 시장 기대치와 실제 배당 수준이 수렴할 때까지 관망 전략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실적 측면에서도 단기 부담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하나증권은 SK텔레콤의 2025년 4분기 연결 영업이익을 1278억원으로 추정하며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밑돌 것으로 봤다. 인건비 증가와 희망퇴직 확대, 데이터센터 관련 일회성 비용이 겹치며 4분기 총 일회성 비용은 약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김 연구원은 "2026년에는 실적 개선과 분기별 DPS 증가가 예상되지만, 투자자들은 1분기 실적과 배당을 기준으로 연간 DPS를 다시 산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4~5월 실적·배당 발표 시점이 중장기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찬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단기 실적 부진 자체가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4분기 실적 부진은 이미 예견된 결과"라며 "KT 위약금 면제 이후 의미 있는 가입자를 확보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핵심은 2026년 배당 가이던스"라고 강조했다. 다만 "2월 실적 발표에서 구체적인 가이던스가 제시되지 않을 경우 투자심리 위축으로 주가 상단이 제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2026년 연간 DPS를 3540원으로 전망하며, 해킹 사태에 따른 재무 부담이 대부분 해소된 만큼 가입자 이탈 영향도 상당 부분 상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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