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KT가 해킹 사고 후속 대응으로 전 가입자 대상 위약금 면제를 시행하자 가입자 이탈이 단기간에 폭증하며 재무 부담과 신뢰 회복이라는 이중 과제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대규모 고객 보상과 이탈이 맞물리면서 현금흐름 악화와 중장기 수익성 저하 가능성이 함께 제기되는 상황이다. 위약금 면제 첫날부터 하루 1만명 이상이 이탈하는 등 시장 반응이 빠르게 나타나며 이번 조치가 일회성 비용을 넘어 구조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번호이동 집계에 따르면 위약금 면제가 시작된 지난해 12월31일 KT 이탈 고객은 1만142명에 달했다. 이후 1월2일 2만1492명, 1월3일 2만1027명으로 이탈 규모가 빠르게 확대됐고, 나흘간 누적 이탈 고객은 5만2661명에 이르렀다. 일평균 1만3000명 이상이 KT를 떠난 셈이다. 이탈 고객의 약 65%가 SK텔레콤을 선택하며 경쟁사로의 쏠림 현상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탈 속도는 이후에도 더 가팔라졌다. 1월5일 번호이동 집계 기준 KT 이탈 고객은 하루 만에 2만6394명을 기록하며 단일 일자 기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산 휴무였던 일요일(1월4일) 접수 물량까지 반영되며 이탈이 한꺼번에 집중된 영향이다. 이날 KT 이탈 고객 가운데 이통3사로 이동한 고객의 약 80%가 SK텔레콤을 선택했으며 알뜰폰(MVNO)을 포함할 경우 전체 이탈 고객의 73.4%가 SK텔레콤으로 이동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KT가 위약금 면제를 시작한 12월31일부터 1월5일까지 누적 이탈 고객은 7만9055명으로 8만명에 육박했다.
이 같은 속도는 지난해 7월 SK텔레콤 해킹 사태 당시 위약금 면제 초반 흐름보다 빠르다는 평가다. 당시 SK텔레콤은 면제 기간 동안 약 26만명의 가입자가 이탈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 수치를 KT의 최대 리스크 시나리오로 거론하며 위약금 면제 기간이 아직 남아 있는 만큼 추가 이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재무적 부담 역시 가볍지 않다. 통신업계의 위약금은 가입 조건과 잔여 약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위약금을 약 10만원~15만원으로 적용해 단순 계산할 경우 이탈 규모가 26만명 수준으로 확대되면 위약금 면제에 따른 잠재적 일회성 비용은 약 260억원에서 390억원에 이를 수 있다.
가입자 이탈에 따른 구조적인 매출 감소도 불가피하다. KT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무선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3만5295원으로 이를 적용하면 가입자 26만명 이탈 시 연간 매출 감소액은 약 11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4500억원 규모의 고객 보상안까지 감안하면 단기적인 현금 부담과 중기적인 수익성 저하가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위약금 면제는 단순한 일회성 비용이라기보다 수익 미인식과 환급 비용이 혼재된 구조로 현금흐름과 중장기 실적에 동시에 부담을 준다는 평가다.
이런 판단은 최근 실적 흐름과 시장 경쟁 구도를 함께 놓고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KT의 지난해 3분기 실적 반등은 SK텔레콤 해킹 사태 이후 경쟁사 이탈 수요가 유입되며 나타난 단기적 효과로 구조적 수익성 회복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평가다. 당시 일시적으로 늘어난 가입자 기반이 실적 개선으로 연결됐지만, 지속성을 담보할 요인은 제한적이었다.
최근에는 그 흐름이 다시 반전되는 양상이다. 번호이동 집계에서 KT 이탈 고객의 상당수가 SK텔레콤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SK텔레콤이 해킹 사태 이후 이어온 이탈 고객 회복 전략이 재차 작동한 결과로 해석된다. 과거 이탈 고객을 대상으로 한 가입 연수·멤버십 복원 정책이 이번 위약금 면제 국면에서 다시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위약금 면제 종료 시점까지의 가입자 이탈 규모와 종료 이후 KT의 추가 방어 전략이 재무 충격의 강도를 가를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보상 확대나 마케팅 강화에 나설 경우 단기 비용 부담은 더 커질 수 있고 반대로 방어에 소극적일 경우 점유율 하락이 구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해킹 사태에 따른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를 안은 KT가 가입자 이탈과 수익성 방어라는 이중 부담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위약금 면제는 단기적인 출혈로 끝나는 사안이 아니라 위약금 면제 적용 기간이 종료된 이달 13일 이후가 진짜 시험대"라며 "보상 종료 이후에도 가입자 이탈이 이어질 경우 요금제 하향과 마케팅비 확대가 겹치면서 KT의 중장기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이번 사태의 관건은 혜택 경쟁이 아니라 보안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를 얼마나 빠르게 회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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