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다산소사(多産少死)'의 구조적 한계를 깨기 위해 금융당국이 강력한 메스를 꺼내 들었다. 금융위원회의 상장폐지 개혁 방안에 따라 오는 7월 1일부터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에 대한 관리·퇴출 기준이 본격 적용된다. 그간 '동전주'로 불리며 시장에 잔존해 온 기업들 상당수가 구조조정의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에 딜사이트는 퇴출 사정권에 든 기업들이 처한 재무적 결함과 사업적 한계를 정밀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코스닥 상장사 '에코글로우'가 정부의 '동전주 퇴출' 규제 시행을 앞두고 5대1 주식병합을 결정했다. 반도체 신사업 철회 이후 뚜렷한 주가 부양 모멘텀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병합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액면가와 주가 수준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조치이지만, 실질적인 기업가치 개선과는 무관하다는 점에서 상장유지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방어적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코글로우는 기존 발행주식수 5233만5485주를 1046만7097주로 병합하기로 결정했다. 주당 액면가액은 100원에서 500원으로 상향된다. 4월 9일부터 5월 7일까지 매매거래가 정지되며, 신주는 5월 8일 상장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는 올해 7월부터 시행 예정인 정부의 동전주 퇴출 정책이 거론된다. 30거래일 연속 종가 1000원 이하일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이후 90일 유예기간 중 45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이면 상장폐지하는 구조다. 현재 주가 수준이 병합 이전 기준으로는 장기간 1000원을 하회하고 있어, 제도 시행 이후에는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에코글로우의 이달 25일 종가는 601원이다. 시가총액은 약 320억원 규모다. 2018년 이후 1000원선을 오르내렸지만, 지난해 11월 13일 1150원을 기록한 이후 약 3개월 이상 1000원 미만에서 거래되고 있다. 현 주가 기준으로 단순 환산하면 5대1 병합 후 기준가는 3000원대가 되지만, 이는 회계적 조정에 따른 착시 효과일 뿐 실질 가치 상승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주가 부진의 근본 배경은 실적 악화다. 에코글로우는 2016년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 진출 이후 2021년(영업이익 9억원)을 제외하면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은 91억원, 영업손실은 29억원이다. 누적 결손금은 850억원에 달한다. 자본총계는 120억원으로 자본잠식은 피한 상태지만, 결손금 규모가 자본총계를 크게 상회해 이익잉여금 기반의 재무적 체력은 상당히 약화된 상황이다.
적자 탈피를 위한 신사업 카드도 시도됐다. 지난해 9월 단독 대표에 오른 송호길 대표는 10월 성호전자 계열 JKI로부터 반도체 검사장비 사업을 양수하기로 하고 100억원의 인수자금을 마련했다. 당시 주가는 1400원대를 기록하며 기대감을 반영했다. 그러나 사업 양수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예상 금액이 30억원을 넘어서면서 자금 부담이 부각됐고, 결국 결정을 철회했다. 신사업 철회 이후 투자심리가 다시 급격히 위축되면서 주가는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이런 상황에서 단행된 주식병합은 '동전주 퇴출'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병합은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기술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효과는 있지만, 실적 개선이나 현금흐름 개선 없이는 중장기 주가 안정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건은 병합 결정이 송호길 대표 측의 지분 확대 전략과 어떤 상호작용을 낳을지다. 송 대표의 우호세력으로 거론되는 크리스티아너티는 3월 9일부터 4월 7일까지 장내에서 100만주(1.91%)를 주당 597원에 매집할 계획이다. 병합 전 매집이 마무리되는 구조이지만, 병합 발표 이후 단기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매집 속도나 체결 물량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에코글로우의 24일 종가는 548원이었으나 주식 병합 발표 직후 25일 종가는 9.67% 상승한 601원을 기록했다.
현재 크리스티아너티는 에코글로우 지분 5.95%와 함께 약 36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및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11회차 CB 6억원(1.2%), 12회차 CB 콜옵션 20억원(5.35%), 14회차 CB 10억원(2.52%) 등이다. 이들 물량이 전량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지분율은 15%대까지 확대될 수 있다.
송 대표는 이번 공개매집을 통해 단독 대표 체제를 보다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금융투자업체 미호에셋 대표이자 자회사 미호홀딩스 대표로, 지난해 3월 크리스티아너티 유상증자 이후 이사회에 합류했다. 공동대표였던 권영원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사임했으며, 마스크 유통업체 웰가드(구 더편한양주)는 분리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결국 에코글로우의 주식병합은 제도 리스크를 완화하는 단기적 방어 카드라는 성격이 강하다. 실질적인 기업가치 개선 여부는 화장품 본업의 수익성 회복 또는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병합 이후의 실적 흐름이 시장 평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딜사이트는 공개매수 가격 변동 여부와 향후 주가 부양 전략을 묻기 위해 에코글로우 측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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