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다산소사(多産少死)'의 구조적 한계를 깨기 위해 금융당국이 강력한 메스를 꺼내 들었다. 금융위원회의 상장폐지 개혁 방안에 따라 오는 7월 1일부터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에 대한 관리·퇴출 기준이 본격 적용된다. 그간 '동전주'로 불리며 시장에 잔존해 온 기업들 상당수가 구조조정의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에 딜사이트는 퇴출 사정권에 든 기업들이 처한 재무적 결함과 사업적 한계를 정밀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코스닥 상장사 케스피온이 정부의 '동전주 퇴출' 규제 시행을 앞두고 2대1 주식병합을 결정했다. 표면적으로는 주가를 끌어올려 상장폐지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조치다. 다만 정부 기준이 '액면가'가 아닌 '시장 종가 1000원 유지 여부'에 있다는 점에서 병합 이후에도 실제 주가가 일정 기간 1000원 이상에서 안착하지 못하면 실질적 규제 회피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올해 초 인수한 여드름 패치 신사업의 실적 가시화가 곧 주가 방어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케스피온은 보통주 2주를 1주로 병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발행주식수는 3835만5514주에서 1917만7757주로 줄고, 액면가는 500원에서 1000원으로 상승한다. 거래정지 예정 기간은 4월 9일부터 4월 30일까지이며, 신주권 상장 예정일은 5월 4일이다.
이번 결정은 정부의 동전주 퇴출 정책에 대한 선제 대응 성격이 짙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30거래일 연속 종가 1000원 이하 종목'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이후 90거래일 유예기간 중 45거래일 연속 종가 1000원 미만이면 상장폐지하는 방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즉 일시적 가격 상승이 아니라 일정 기간 기준 가격을 유지해야 하는 구조다.
케스피온은 코스닥 내 대표적인 동전주로 분류돼왔다. 최근 1년간 장중 대부분 1000원 아래에서 거래됐고, 이날(27일) 종가 기준 주당 448원을 기록했다. 단순 계산상 현재 주가(448원)를 기준으로 2대1 병합을 적용하면 이론가격은 약 896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물론 병합 이후 실제 주가는 수급과 투자심리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기계적 배율 적용만으로는 1000원 기준선을 넘기 어려운 구조다.
주가 약세의 배경에는 사업 구조의 편중과 실적 변동성이 자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케스피온은 휴대폰용 이동통신 안테나와 NFC·MST·WPC 안테나 등을 제조하며, 국방용 원격운용통제탄 사업을 제외하면 매출 대부분이 휴대폰용 안테나에서 발생한다. 스마트폰 출하량과 교체 수요 등 업황 사이클에 민감한 산업 특성상 특정 품목 의존도가 높을수록 실적 변동 폭이 확대되는 구조다.
실적 흐름도 이를 보여준다. 2020년 매출은 279억원으로 전년(593억원)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고, 영업손실 80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2023년에는 매출 626억원, 영업이익 13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2024년 다시 매출이 300억원대로 감소하며 적자전환했다.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은 312억원, 영업손실은 27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뚜렷한 개선세로 보기는 어려운 흐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케스피온은 인수합병(M&A)에 나섰다. 지난달 최대주주 이앤에스인베스트먼트 등을 대상으로 제11회차 전환사채(CB)를 발행, 21억원을 조달했다. 이 자금을 기반으로 여드름 패치 제조사 '엠비티비' 지분 93.2%를 인수했다.
케스피온은 휴대폰 내장용 안테나 제조에 활용하던 레이저 식각 기술을 접목해 더마 기능성 패치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구상이다. 패치 시장이 기능성 성분·미세 구조 등 제조 기술 고도화 흐름을 보인다는 점도 이런 전략의 배경으로 꼽힌다. 3월 주주총회에서는 의약외품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정관에 추가하는 안건도 상정할 예정이다.
케스피온의 최대주주인 '이앤에스인베스트먼트'는 뷰티 사업으로의 진출을 단계적으로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앤에스인베스트먼트는 2024년부터 엠비티비 지분을 확보해 2025년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이번에 케스피온에 엠비티비 지분을 넘기면서 '이앤에스인베스트먼트→케스피온→엠비티비'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시장에서는 비상장 사업을 상장사에 붙여 실적과 밸류에이션 반등을 노리는 사업 전환 시도로 해석하고 있다.
시간적 여유도 크지 않다. 4~5월 주식병합 절차가 마무리되면, 7월 규제 시행까지는 사실상 두 달 남짓이다. 병합 효과가 시장에서 재평가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하반기부터는 곧바로 1000원 유지 여부가 핵심 변수가 된다. 특히 정부가 주식병합을 통한 형식적 가격 인상에 대해서도 관리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방침을 병행 추진하고 있어, 구조적 실적 개선 없이는 리스크 해소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주식병합 발표 직후 주가는 단기 급등했다. 23~24일 이틀간 44.11% 상승하며 24일 종가 520원을 기록, 일시적으로 액면가를 상회했다. 그러나 이후 다시 하락해 25~26일에는 재차 500원 아래로 내려왔다. 이벤트성 재료만으로는 추세 전환을 이끌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관건은 신사업의 실질적 성과다. 여드름 패치 사업이 매출과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돼 투자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시점이 규제 시행 이전에 가시화될 수 있을지가 케스피온의 주가 향방을 좌우할 전망이다.
딜사이트는 케스피온 측에 주가 부양 계획과 엠비티비 인수 효과의 구체적 반영 시점에 대해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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