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코스닥 상장사 '케스피온'이 스킨패치 제조업체 '엠비티비'(MBTB)'를 무증자 합병 방식으로 흡수하면서, 인수대금을 전환사채(CB)로 받은 엠비티비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엠비티비 기존 주주들이 사실상 CB로만 대가를 받은 구조인 데다, 최근 케스피온 주가가 전환가액을 밑돌며 하락세를 보이면서 투자금 회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케스피온과 엠비티비는 오는 5월 28일 이사회를 열고 양사 합병 안건을 최종 승인할 예정이다. 이번 합병은 합병비율 1대0의 무증자 방식으로 진행된다. 피합병법인인 엠비티비 주주에게 별도의 신주가 발행되지 않는 구조다.
앞서 케스피온은 지난 1월 엠비티비 지분 100%를 약 21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인수대금은 현금이 아닌 동일 금액의 제11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CB를 발행해 지급했다. 이번 합병에서도 추가 보상은 없기 때문에 엠비티비 주주들이 확보한 대가는 사실상 해당 CB가 전부다.
케스피온 11회차 CB 인수 구조를 보면 권면금액의 51.6%에 해당하는 약 11억원어치를 ENS인베스트먼트가 인수했다. ENS인베스트먼트는 케스피온의 최대주주로, 2024년 엠비티비에 단순투자를 통해 지분 9.0%를 확보한 바 있다. 결국 ENS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해온 비상장사 엠비티비를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상장사 케스피온이 인수한 뒤 합병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ENS인베스트먼트는 엠비티비 설립에도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NS인베스트먼트가 케스피온 신사업 육성을 위해 지인 투자자들과 함께 엠비티비 설립과 초기 투자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엠비티비는 스킨패치에 사용되는 하이드로콜로이드 원단 제조사다. ENS인베스트먼트 및 관련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한 뒤 설립됐다. 하이드로콜로이드는 여드름 패치 등 K-뷰티 스킨케어 제품의 핵심 소재로, 글로벌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는 분야로 평가된다. 엠비티비는 2025년 10월 생산 테스트와 양산 준비를 거쳐 2026년 1월 제품 양산을 본격화했다. 양산 체제가 갖춰지면서 케스피온은 엠비티비 지분 100%를 인수하며 합병 절차를 공식화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ENS인베스트먼트가 정부의 코스닥 상장 유지 규제를 의식해 케스피온과의 합병을 서둘러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는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30거래일 연속 종가 1000원 이하' 종목에 대해 관리종목 지정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 종목에 대한 시장 퇴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케스피온이 주력인 통신안테나 사업에서 부진을 겪고 있자 비상장사인 엠비티비의 실적을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해 상장 유지 요건을 방어하려는 전략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케스피온은 기술적인 주가 관리와 함께 엠비티비를 통한 실적 가시화로 코스닥 퇴출 리스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케스피온은 오는 5월 기존 보통주 2주를 1주로 병합하는 2대1 주식병합을 앞두고 있다. 주식병합을 통해 형식적인 주가 수준을 끌어올려 관리종목 지정 기준을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병합 이후 1분기 실적을 통해 주가를 액면가 이상으로 끌어올리면서 시가총액도 200억원을 넘기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주가 기준 케스피온의 시가총액은 약 15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엠비티비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인수대금 대부분을 케스피온 CB로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11회차 CB의 전환가액은 케스피온 액면가와 같은 500원으로 정해졌고, 별도의 리픽싱 조항은 없었다. 이 때문에 주가가 500원 아래로 내려가면 그만큼 투자자 손실이 확대되는 구조다.
특히 주가가 전환가액을 장기간 밑돌 경우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더라도 원금에 미치지 못하는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자율 역시 표면이자율 0%, 만기이자율 1%여서 사실상 케스피온 주가가 액면가 이상으로 상승해야만 투자자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
더 큰 변수는 상장 유지 여부다. 만약 케스피온이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될 경우 CB 역시 주식 전환이 어려워지면서 투자금 회수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케스피온 11회차 CB의 전환청구기간은 2027년 1월 28일까지다.
CB 발행 당일 케스피온 주가는 장중 637원까지 올랐고 종가도 554원을 기록하며 액면가를 웃돌았다. 그러나 이후 약세를 보이며 액면가를 하회했고, 16일 종가 기준 384원에 머물러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케스피온의 엠비티비 인수가는 투자 당시 납입 원금 수준에서 결정된 것으로 안다"며 "K-뷰티 시장의 성장성이나 향후 사업 가치가 충분히 반영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드로콜로이드 원단 제조업 자체가 고부가가치 산업이고, 해외 납품을 위한 테스트도 진행 중인 만큼 상반기 중 실적 가시화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