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위협하며 1400원대가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새해 들어 고환율 기조가 지속한다면 우리 기업들의 경영전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은 내수형 기업과 수출 주도형 기업간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딜사이트는 고환율이 산업계에 끼칠 영향과 대응책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고환율 장기화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써내려가고 있다. 3~4년 전 수주한 선박이 인도되는 과정에서 최대 70%에 달하는 잔금을 달러로 지급받았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화되고 있는 고환율 기조 속 조선사들의 환헤지 전략은 서로 엇갈린다. 이에 조선사 간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미묘한 온도차가 발생하는 양상이다.
조선사들은 선주들에게 건조 계약을 따내고 수년에 걸쳐 선박을 완성해 인도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는다. 다만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선박 수요 급감으로 '수요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고 현재까지도 전체 대금의 60~70%를 선박의 인도시기에 맞춰 지급받는 '헤비테일(Heavy-Tail)' 계약이 보편화돼 있다. 나머지 선박 건조 과정(계약-스틸커팅-기공-진수)에서 조선사들이 수령하는 대금은 전체 30~40%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조선업계는 헤비테일 계약에 따라 빚을 내서 선박을 건조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른 금융비용은 실적에 악영향을 끼쳐왔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원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달러로 대금을 받는 조선사들이 막대한 환차익을 실현했기 때문이다. 특히 러우전쟁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수요가 발생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은 역대급 실적의 일등공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조선업계는 지난해 일제히 날아올랐다. HD한국조선해양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은 21조78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06.6% 급증한 2조8666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역시 같은기간 영업이익이 9201억원, 5660억원으로 각각 1236.2%, 7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올해 조선 빅3의 이익이 1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눈여겨볼 점은 조선 빅3의 환헤지(Currency Hedge) 전략이다. 환헤지는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율을 현재 수준으로 고정하는 재무적 조치로 통상 조선업계는 은행과 특정 환율에 외화를 판매하는 선물환 계약을 맺는다. 이때 조선사 간 차이가 발생한다. 한화오션은 환헤지 비율이 0%로 수령한 달러를 대부분 쥐고 있는 반면 삼성중공업은 환헤지 비율 100%로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다. HD한국조선해양은 50% 수준이다.
이 중 한화오션은 고환율 기조 장기화에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은 업체다. 이 회사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외화환산이익은 1455억원으로 삼성중공업(286억원)의 5배에 달한다. 이는HD한국조선해양(998억원)도 상회하는 수치다. 원달러 환율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에도 적지 않은 환차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환헤지 전략의 차이는 조선사들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속도차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화오션이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는 반면 삼성중공업은 시장을 보수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한화오션은 2024년 12월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15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50억달러(약 7조2000억원)에 달하는 추가 투자 계획을 밝혔다. 벌어들인 외화를 재투자해 '마스가(MASGA, 한미조선협력) 프로젝트'를 선도한다는 방침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최근 신년사를 통해 "마스가는 온전히 한화가 책임진다는 각오로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가 외환시장의 안정화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 반도체, 자동차, 조선업 등 주요 수출기업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기업들에게 환헤지 확대 등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협력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시장 관계자는 "조선업은 고환율에 따른 대표적인 수혜 업종이나 동시에 노동집약적 산업이라 인건비, 기자재비용을 지급하기 위해선 선물환 계약이 필연적"이라면서도 "다만 환헤지 비율의 차이는 각사가 추구하는 경영 전략에 따라 나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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