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스페이스 엑스(X) 투자가 이미 대성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면서 그의 비상장 투자 행보가 다시 한 번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장남 박준범씨가 미래에셋증권으로 이동해 그룹 내 비상장 투자와 자기자본 운용의 핵심 조직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단순한 보직 이동을 넘어 차세대 오너 일가에게 승계와 경영 투자 실무 경험을 축적시키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준범씨는 그간 미래에셋벤처투자에서 선임 심사역으로 근무하며 벤처캐피탈 업계 전반을 경험해 왔다. 스타트업과 성장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검토와 사후 관리에 참여하며 벤처캐피탈(VC)의 기본기를 익혔다는 평가다. 이후 최근 미래에셋증권 PI(자기자본 계정 투자)부문 수석 매니저로 자리를 옮겼다.
비상장 투자의 비중이 커지는 환경에서 기업 발굴과 투자 실무를 담당하는 역할이다. 박준범씨 입장에서는 박 회장이 구축해 온 글로벌 네트워크 덕분에 우량 딜에 접근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고, 비상장 기업을 접하는 폭도 훨씬 넓다. 실제로 벤처투자 시장에서는 네트워크의 깊이가 딜 소싱과 성과로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PI부문은 외부 자금을 운용하는 조직과 달리, 회사 자기자본을 활용해 투자를 집행한다. 투자 성과가 곧바로 손익에 반영되는 만큼 리스크 관리와 밸류에이션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PI부문은 단기간 성과보다 장기적인 투자 감각을 키우는 데 적합한 조직"이라며 "비상장 시장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최근 화제가 된 스페이스X 투자는 이러한 미래에셋의 비상장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미래에셋증권은 해당 투자에서 자기자본 계정을 통해 상당한 자금을 투입했다. 이 투자 성과가 부각되며, 그룹 전반의 비상장 투자 역량과 전략이 다시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지분 변화나 박준범씨의 거취로 인해 박현주 회장이 '경영권 승계'로 마음이 기울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박현주 회장은 공개적으로 경영권 승계는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최근 박준범씨는 지난해 고모로부터 주식을 무상 수증받으며 미래에셋컨설팅 2대 주주에 오를뻔 했으나, 결국 증여를 취소하는 헤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가족회사로,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비상장 투자는 단순한 수익 창출 수단을 넘어 자산 축적의 기반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유망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 경험을 쌓고, 이 과정에서 개인 투자로 확장할 여지도 생긴다. 지분 가치가 빠르게 커질 경우 향후 증여세 재원 마련에도 활용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과거 사례 역시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는다. 장녀 박하민씨는 미국 팰로앨토 현지 VC인 GFT벤처스의 창립 멤버이자 파트너로 합류했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이 투자한 회사에 미래에셋이 공동 투자한 전례도 있다. 자동차 부품 제조사 센트랄, 자율주행 트럭을 만드는 한국 스타트업 마스오토에 150억원을 투자했고, 블록체인 기업 피크먼트에도 미래에셋자산운용 미국 법인과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에도 시장에서는 비상장 투자가 자녀의 커리어와 자산 형성을 동시에 지원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GFT벤처스는 코빗에도 투자를 단행했다. 최근 미래에셋은 코빗의 최대주주인 NXC(지분 60.5%)와 2대주주 SK플래닛(31.5%)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두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인수 주체로는 박현주 회장의 개인회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이 거론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코빗은 거래소 중 시장점유율 최하위의 업체인데, GFT벤처스와 투자처가 겹친다는 것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하민씨는 현재 GFT벤처스에서 퇴사한 뒤 지난해 9월 미국 VC인 넥서스베이캐피탈(NexusBay Capital)의 컨설팅 어드바이저로 합류했다.
업계에서는 박현주 회장의 비상장 선호를 단순한 투자 취향으로 보지 않는다. 글로벌 성장 기업을 조기에 발굴해 성과를 내는 동시에, 다음 세대가 투자 감각을 자연스럽게 체득하도록 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경영권 승계와는 선을 긋고 있지만, 비상장을 통한 지분과 경험의 축적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미래에셋 그룹은 승계 가능성을 부정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약속한 만큼 박 수석 이동은 승계와 상관 없다"며 "향후 사외이사로서 투자와 전략을 담당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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