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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사막'에만 2000억원 투입…완성도에 명운 걸렸다
이태민 기자
2026.03.04 08:07:10
②연구개발비 2018년 442억원→2024년 1329억원 '껑충'…그래픽 향상에 올인
이 기사는 2026년 03월 03일 08시 2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펄어비스 2018~2025년 연구개발비 추이. (그래픽=김민영 기자)

[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트리플A 게임은 막대한 개발비와 마케팅비, 3년 이상의 기간을 투입해 제작하는 블록버스터급 게임을 주로 말한다. 흥행 시 높은 수익을 가져다 주지만, 실패할 경우 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구조다.


그럼에도 국내 게임사들이 트리플A 게임 개발에 나서는 건 장기간 높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고, 후속작을 개발할 수 있는 토대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이다. 특히 PC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이외의 장르로 흥행을 거둔다면 한국 게임산업 판도를 바꿀 정도의 파급력을 지니게 된다. 기업의 체급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펄어비스의 차기작 '붉은사막'에 업계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펄어비스의 2018~2025년 합산 연구개발비는 약 8500억원으로 집계된다. 다음달 출시하는 '붉은사막'을 비롯해 '도깨비', '플랜 8' 등 차기작 3종을 개발하는 데 투입한 비용이다. 


이 중 '붉은사막' 개발비로만 200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개발인력만 200명 이상이 투입돼 인건비가 최소 1500억원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케팅비 및 기술 엔진 개발비, 퀄리티 보완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하면 2000억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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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입증하는 지표는 연구개발비다. 2018년 442억원에서 2024년 1329억원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이 기간 전체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율 또한 10.9%에서 38.8%로 껑충 뛰었다. 


특히 '붉은사막' 개발 궤도를 한 차례 수정한 2020~2021년 연구개발비 투입 규모가 급상승했다. 당시 펄어비스는 개발 완성도 및 콘텐츠 보강을 위해 '붉은사막' 출시일을 2021년 말에서 '미정'으로 연기했다.


이때 '검은사막', '이브' 등 주요 지식재산(IP)에서 발생하는 수익 규모가 줄면서 전체 매출도 줄었다. 개발력 강화를 위한 투자가 늘며 연구개발비 비중 증가폭은 두드러졌다.


이 기간 펄어비스의 매출은 2020년 4887억원에서 2021년 4037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연구개발비는 944억원에서 1301억원으로, 전체 매출 차지 비중은 19.3%에서 32.2%로 증가했다. 엔씨소프트(16%)나 넷마블(28%), 메타(21%) 등 경쟁사 대비로도 높은 수준이다. 


가장 크게 증가한 항목은 인건비다. 개발 인력을 지속 확충한 가운데 2021년부터 업계에 '연봉 인상 릴레이'가 진행되면서 전직원의 연봉을 일괄 인상한 영향이다. 펄어비스의 임직원 수는 2018년 말 647명에서 2025년 3분기 기준 694명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급여총액도 341억원에서 751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한 이유는 게임 퀄리티 향상을 위해서다. 펄어비스는 개발력을 기업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 설립 초기부터 게임 개발과 자체 엔진 연구를 병행해 왔다. 연구개발 실적 내역을 살펴보면 그래픽 요소 향상에 대부분의 예산을 집행했다.


이는 연구개발의 주요 성과인 자체 게임 엔진(게임 개발도구)인 '블랙 스페이스 엔진' 개발에 투입된 비용으로 분석된다. '검은사막'을 만들었던 '블랙 데저트 엔진'의 장점을 살리면서 신기술을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녔다.


사실적인 그래픽, 실시간 표정 연기, 높은 밀도감, 동시다발적 전투를 기술적 제약 없이 구현할 수 있다. 전투 장면의 경우 인공지능(AI)을 사용해 입체감을 살렸다. 엔진 개발 과정에서 게임 개발진의 요청사항을 지속 반영한 결과다.


현재로선 '붉은사막'에 회사의 명운이 걸린 상황이다. 만약 '붉은사막'이 흥행할 경우 펄어비스의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검은사막'에 편중된 매출 구조를 개선하고, 수익성 회복도 노릴 수 있다. 그러나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추가 수익원 확보부터 실적 악화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증권가에선 붉은사막의 손익분기점(BEP)을 콘솔 패키지 기준 300만~500만장으로 보고 있다. 해당 게임은 PC·콘솔 플랫폼으로 동시 출격 예정이지만, 플랫폼별 특성이 다른 만큼 통상적으론 장당 순매출을 기준으로 BEP를 산정한다. '붉은사막'의 패키지 가격은 가장 저렴한 스탠더드 에디션 기준 7만9800원이다. 개발비로 알려져 있는 2000억원을 상회하기 위해선 최소 300만장 이상 판매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펄어비스는 출시 후 21개월간 696만장의 판매를 예상하고 있으나, 중국 시장에서 성과가 날 경우 900만장 이상 판매도 가능할 것"이라며 "붉은사막의 성과가 예상과 같다면 올해 말 현금 6000억원 이상에 진입해 주주환원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출시된 대작 '아이온2' 개발비가 1000억원대였음을 고려하면 '붉은사막'에 대한 투입 비용은 파격적"이라며 "출시일이 여러 차례 지연된 만큼 흥행에 실패할 경우 경영난을 넘어 신뢰도에도 타격을 미칠 수 있고, 외부 투자 유치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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