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모험자본의 역할이 커지며 벤처투자 시장에도 새로운 기대가 모이고 있다. 다만 시장의 마중물이 되는 출자 규모가 확대될수록 대형 운용사로의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정책·민간자금 유치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운용자금을 총괄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존재감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유력 벤처캐피탈리스트를 조명한다.
[딜사이트 김현호 기자] 미국계 운용사 미리캐피탈을 새로운 대주주로 맞은 스틱벤처스가 대표이사를 파격적으로 교체한다. 창업주와 같은 신한금융그룹 출신으로 1999년 스틱 창업 멤버로 합류해 2021년 말부터 대표이사를 맡던 정근호 대표를 퇴임시키고, 90년대 중반 학번의 정보라 최고투자책임자(CIO, 전무)를 새로운 수장으로 전격 내정한 것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보라 전무는 정근호 대표의 사임 의사에 따라 갑작스럽게 새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동시에 펀드레이징 부담을 안게 됐다. 정 전무는 지난 10년간 스틱이라는 업계 수위 하우스에 몸담으며 바이오·헬스케어와 인공지능 투자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펀드레이징 경험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을 얻는다. 이재명 정부 들어 모험자본 공급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스틱벤처스를 운용자산(AUM) 1조원대 하우스로 도약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보라 CIO는 지난 1월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한 뒤 석 달 만에 대표이사까지 초고속으로 승진하게 됐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대주주가 변경되면서 정근호 대표가 사실상 용퇴를 밝힌 것이 가장 큰 변수가 됐다는 설명이다. 정근호 대표는 도용환 회장과 신한금융 시절부터 사수와 부사수로 호흡을 맞춰왔는데, 스틱의 창립 멤버로 25년간 몸담았지만 창업주가 회사를 떠나는 마당이라 스스로 후배들에게 짐이 될 것을 우려해 퇴직의사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는 그러나 최소 1년간 고문 역할을 맡아 후방에서 애환이 깃든 이 하우스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도용환 회장은 외부에서 스틱벤처스를 새롭게 이끌 CEO를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남인 도재원 스틱벤처스 이사가 경영권을 승계하기 전까지 중간에서 가교역할을 맡을 전문경영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하면서 내부 승진 카드를 꺼낸 것으로 전해졌다. 스틱벤처스를 이끌게 된 정 내정자는 연세대 생명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생물과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2017년 하우스에 합류하기 전 아모레퍼시픽과 대신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에서 경력을 두루 쌓았다.
정보라 내정자는 사실상 남초 성격이 강한 국내 벤처캐피탈 시장에서 제약·바이오 분야 여성 심사역으로 구성된 모임의 리더를 맡아 출자자(LP) 및 업계 네트워크 모임들을 이끌고 있다. 여기엔 정 내정자 외에도 강지수 BNH인베스트먼트 부사장, 문여정 IMM인베스트먼트 전무, 심수민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상무, 안정란 SJ투자파트너스 상무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모임에 착안해 제약·바이오 업계 산증인으로 꼽히는 이병건 지아이이노베이션 고문과 문한림 메디라마 대표 등 시니어들도 사교 모임을 꾸린 것으로 전해진다.
정근호 대표는 적어도 올해 말까지 조력자 역할을 맡기로 했지만 정보라 내정자의 부담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청산을 앞둔 펀드가 여럿 있어 운용자산(AUM) 방어를 위해 앞으로 적극적인 펀드레이징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스틱벤처스는 스틱이노베이션펀드 등 8500억원 규모의 9개 펀드를 운용 중이며 이 중 5개 펀드가 회수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지난 2014년 결성한 스틱 해외진출 플랫폼 펀드는 청산을 진행하고 있다. 정 내정자는 대표 펀드매니저로서 이노베이션펀드만 담당하고 있는데 대표 펀드매니저 경험이 부족할 경우 대외 신뢰를 쌓고 펀드레이징을 진두지휘하는 데 한계가 있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다만 시장 환경은 나쁘지 않다. 국민성장펀드 등 올해 모험자본 공급이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VC 하우스들은 기회의 창이 열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책 자금이 풀리는 구간에서 트랙레코드를 선제적으로 쌓고 후속 펀드레이징의 명분을 만들 여지가 커졌다는 평가다. 결국 새 리더십이 확대 국면의 자금 흐름을 얼마나 빠르게 포착하느냐가 하우스 도약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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