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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해운 박정석, 두 개의 완장 '딜레마'
딜사이트 이세정 차장
2026.03.04 08:25:14
민간 해운사 오너 동시에 해운협회장…부산 이전, 거수기 아닌 조타수 리더십 절실
이 기사는 2026년 03월 03일 08시 3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세정 차장] 국내 해운사들이 부산행 기차에 올라타야 할 상황에 놓였다. 시작은 국내 유일의 컨테이너 선사인 HMM이었다. 국민 혈세로 기사회생한 데다, 정부 지분율이 70%를 상회하는 만큼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국정 과제를 수행하기에 이보다 매력적인 후보가 없었다.


문제는 정부의 '부산행' 요구가 HMM을 넘어 민간 해운사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HMM의 본사 이전 논의가 길어지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국정 과제인 '5극3특' 균형성장 정책이 힘을 얻지 못하자, 본사 이전의 칼끝은 서울에 주소지를 둔 선사들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월 "해운사 목록을 다 뽑아봤는데 설득해서 부산으로 옮길 곳이 있나" "수도권에 있어봐야..."라고 언급하며 부산 이전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이를 거부하는 기업에 대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범정부적 차원의 부산 이전을 위한 행정 절차는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한국해운협회로 부산 이전 협조 공문을 발송했고, 해운협회는 의견 수렴을 위해 전 회원사를 대상으로 회의를 개최했다. 나아가 민관 합동 해운사의 부산 이전을 위한 협의회도 조만간 출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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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해운사의 심리적 부담감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이들 입장에서 본사 이전은 단순한 주소지 변경을 넘어 경영과 관련된 본질적인 도전 과제와 직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HMM은 사실상 정부 기업이라고 쳐도, 민간 선사는 왜 부산으로 가야하냐"는 현장의 볼멘소리는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정작 해운사들의 목소리를 대신해야 할 해운협회는 기묘한 정적에 휩싸였다. 포스코의 HMM 인수 추진이나 한-미 관세 협상 타결, 현대LNG해운 매각 등 해운업계 빅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입장을 내던 그간의 모습과는 다소 상반되는 모습이다.


해운협회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존중하는 동시에, 회원사의 실질적인 고충을 전달해야 한다는 상충된 과제를 떠안고 있다. 특히 양 팔에 완장을 하나씩 찬 박정석 해운협회장의 리더십은 어느 때보다 경직돼 있다. 국내 2위 해운사인 고려해운을 이끄는 박 회장이 회원사의 권익을 대변해야 하는 책임감과 기업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경영자로서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결국 박 회장의 개인적 딜레마는 해운산업 전체의 리스크로 확산하고 있다. 박 회장이 오너로서의 생존 본능과 협회장으로의 책무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해운사들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어서다.


박 회장은 침묵이라는 방어막 뒤에서 나와 전략적 소통이라는 조타기를 잡아야 한다. 정부의 지역 균형 발전 의지를 존중하되, 국내 해운업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국정 과제의 성공적 수행을 위한 민간의 자발적 동참을 이끌어 낼 당근을 제안하는 능동적인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가 약속한 톤세 확대나 세제 혜택, 위로금 등 실질적인 지원책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명분과 산업적 실리의 세밀한 조율도 필수적이다.


박 회장에게 주어진 완장은 단순히 팔에 두르는 천이 아니다. 업계의 고민과 불안감을 정책적 대안으로 승화시키라는 엄중한 명령이다. 박 회장의 리더십이 단순한 정부 정책의 거수기가 아닌, 해운산업과 국가가 '윈-윈'하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 한국 해운업의 내일은 리더의 지혜로운 결단과 용기 있는 발언에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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