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고려해운 창업주 가문이 이사회를 떠나며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창업주 2세인 고(故) 이동혁 전 회장이 별세한 이후 장남 이태훈 씨가 기타비상무이사 직을 승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씨가 이 전 회장이 기 보유하던 고려해운 주식 41%를 전량 상속받은 만큼 대주주 지위는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 '창업주 2세' 이 전 회장, 작년 9월 별세…전문경영인 2인 체제 구축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고려해운은 지난해 12월 주요주주 변동이 발생했다. 이 회사 개인 1대주주(지분율 40.87%)이던 이 전 회장이 지난해 9월 별세하면서 약 3개월 만에 상속 작업이 마무리된 결과다.
1954년 고 이학철 창업주가 설립한 고려해운은 동남아시아 항로를 주로 운항하는 컨테이너 정기선사다. 이 창업주는 전문경영인 1세대인 고 박현규 명예회장과 신태범 KCTC 회장과 함께 고려해운을 키워나갔다. 특히 이 창업주가 별세한 1980년부터 5년간은 박 명예회장이 대표이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30대 후반이던 1985년 경영 전면에 나섰고, 박 명예회장의 퇴진 이후 신 회장과 공동 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2001년에는 신 회장의 뒤를 이어 고려해운 회장에 올랐다.
문제는 창업주와 전문경영인 2인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서부터 시작됐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박 명예회장과 신 회장은 2004년 이 전 회장의 경영 정책에 불만을 품고 이 전 회장의 대표 임기가 만료되자 퇴진시켰다. 이 시기 이 전 회장의 고려해운 지분율이 41%에 육박하는 상황이었음에도 박 명예회장과 신 회장의 공세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전언이다.
◆ 창업주 3세, 기타비상무이사 미선임…배당수익은 그대로
고려해운의 독특한 지배구조가 구축된 것은 2012년 고려해운 상단에 지주사인 고려에이치씨가 설립되면서다. 박 명예회장과 신 회장 측은 기 보유하던 고려해운 주식을 현물출자해 고려에이치씨를 세웠다. 결과적으로 고려해운 지배구조는 '박 씨·신 씨 가문→고려에이치씨→고려해운'으로 재편됐다. 특히 박 명예회장과 신 회장은 각각 아들인 박정석 고려에이치씨 대표이사 회장과 신용화 고려에이치씨 대표이사 사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했다.
경영 전선에서 밀려난 이 전 회장은 2005년부터 기타비상무이사직만 수행해 왔다. 이사회 구성원으로 경영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지만, 회사에 상근하지 않는 만큼 실질적인 업무에서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 전 회장은 이사회 내에서도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을 것으로 파악된다. 고려해운 이사회가 박 회장과 신 사장, 신 사장 친인척, 박 회장 형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이 씨는 부친의 기타비상무이사 자리를 물려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전문경영인 2인 역시 이사회 합류를 추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실제로 고려해운은 이 전 회장이 별세한지 약 2달 만인 지난해 11월 법인 등기부 등본으로 이사진 변동 내역을 공개했는데, 이 씨의 이사 선임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달 초 중소벤처부 산하 중기현황 정보 수정 내역에도 이 전 회장의 이사회 제외 내용만 담겨 있다.
창업주 가문이 경영에서 물러나지만, 배당 등 가외수익은 지속해서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이 씨에게 부친 주식 전량에 대한 소유권이 이전된 점은 단순한 자산 승계를 넘어 막대한 상속세 부담을 해결할 구체적인 자금 운용 시나리오가 이미 완성됐다는 의미로 풀이돼서다.
단순 계산으로 2024년 말 기준 고려해운의 주당 가치는 약 450만원이며, 이 전 회장의 지분 가치는 2조2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현행 상속세법에 따른 60% 세율(최대주주 할증)을 적용하면 이 씨가 부담해야 하는 세금 규모는 1조3000억원이다. 이 씨는 고려해운에서 매년 수백억원의 배당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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