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코스닥 상장사 '오르비텍' 인수합병(M&A)에 주성그룹의 비상장사 '비앤피주성'이 전면에 나서며 시장의 눈길을 끌고 있다. 주성그룹을 이끄는 박진수 대표의 자녀들이 최대주주로 있는 비앤피주성은 주성코퍼레이션 인수와 제이에스링크(전 디앤에이링크) 지분 취득에 이어 오르비텍까지 품으며 그룹 내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계열사가 아닌 자녀 회사가 상장사 인수의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향후 주성그룹의 중장기 전략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신호로 보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원전·항공 기업 오르비텍은 지난달 말 기존 최대주주인 성진홀딩스가 비앤피주성과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거래 대상은 오르비텍 주식 301만5714주(10.88%)로, 총 거래금액은 300억원이다. 주당 매입 단가는 9949.7원으로, 계약 체결 전 거래일 종가 대비 약 160%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됐다. 거래 종결일은 오는 8월 31일이다.
시장에서는 원전 해체와 소형모듈원전(SMR) 등 정책 수혜 기대와 함께, 안정적인 최대주주 변경을 전제로 한 거래 구조가 고가 프리미엄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비앤피주성은 해상·항공 물류를 아우르는 복합운송주선업을 영위하는 비상장사다. 최대주주는 박지현·박준범 씨로 각각 33.33%씩, 총 66.6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두 사람은 주성그룹 오너인 박진수 대표의 자녀다. 1997년생인 박준범 씨는 희토류 신사업을 추진 중인 코스닥 상장사 제이에스링크의 사내이사직도 맡고 있다.
비앤피주성이 자본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2023년 12월 컨버즈(현 주성코퍼레이션)를 인수하면서다. 당시 비앤피주성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80억원을 투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이후 사명을 주성코퍼레이션으로 변경한 뒤 복합물류업을 주력 사업으로 전환했다. 기존 물류 계열사인 주성씨앤에어가 그룹의 모태 역할을 해왔다면, 비앤피주성은 투자와 지배를 겸하는 축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특수관계사인 제이에스링크와의 연결 고리도 강화했다. 비앤피주성은 지난해 3분기 제이에스링크 주식 16만2074주(0.54%)를 신규 취득했다. 제이에스링크는 최근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희토류 영구자석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핵심 희소금속 소재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박지현·박준범 씨 역시 각각 1.79%, 1.63%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어, 지분율은 낮지만 전략적 연계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룹 경영의 중심에는 여전히 박진수 대표가 있다. 1965년생인 박 대표는 약 20년간 국제물류 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로, 2008년 주성씨앤에어를 설립해 북미 중심의 해상·항공 운송 사업을 키워왔다. 현재도 주성씨앤에어와 비앤피주성의 대표이사를 겸임하며 그룹 물류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다만 이번 오르비텍 인수에서 박 대표 개인이나 기존 계열사가 아닌 비앤피주성이 인수 주체로 나섰다는 점은 주목된다. 특히 단순 구주 인수에 그치지 않고 1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참여까지 병행하는 장기 자금 투입 구조를 택했다는 점에서, 비앤피주성의 그룹 내 역할 확대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승계를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오르비텍은 최근 특수조명 제조업체 파인테크닉스를 인수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도 나선 상태다. 이에 따라 비앤피주성을 중심으로 주성코퍼레이션(물류), 제이에스링크(희토류 소재), 오르비텍(항공·원전), 파인테크닉스(전자·조명) 등 복수의 상장사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시장에서는 비앤피주성이 향후 그룹 내 사업 연계를 조율하는 사실상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도 거론한다.
실적 측면에서도 이러한 확장 전략을 뒷받침할 만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비앤피주성은 2023년 매출 714억원, 영업이익 10억원에서 2024년 매출 1105억원, 영업이익 61억원으로 각각 54.8%, 510% 성장했다. 그룹의 모태 회사인 주성씨앤에어 역시 2024년 매출 2152억원, 영업이익 9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61.1%, 385% 증가했다. 물류업으로 주력을 전환한 주성코퍼레이션도 실적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새 주인을 맞은 오르비텍 역시 경영 안정성을 바탕으로 본업 확장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원전 해체, SMR, 방사성폐기물 처리 등 신규 원전 사업을 추진 중인 오르비텍 입장에서는 재무 여력이 있는 최대주주를 확보하면서 중장기 투자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르비텍 관계자는 "자금 여력이 있는 최대주주가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하게 되면서 본업인 원자력 사업에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양측 모두가 만족하는 M&A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앤피주성은 이번 구주 인수와 유증 참여를 완료하면 오르비텍 지분 19.27%를 보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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