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한화세미텍이 지난해 하이브리드 본더 기술 개발 등 긴밀한 협력 관계를 추진했던 램리서치와 올해 초 결별한 것으로 확인됐다. 램리서치가 한화세미텍과의 협력 시너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보수적인 기조로 선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한화세미텍과 램리서치는 공동 펀드에 현금을 출자해 합작법인(JV)을 설립하고 협력 관계를 구축하려 했다"며 "하이브리드 본더 기술 개발, 기업 인수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이 논의됐으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백지화됐다"고 말했다.
핵심은 하이브리드 본더 기술 개발이었다. 램리서치는 AMAT와 베시가 주도하는 하이브리드 본더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자 지난해부터 국내 장비사들과 협력을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한화세미텍을 비롯해 한미반도체, 세메스 등이 후보에 올랐다.
앞선 관계자는 "램리서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양대 메모리 기업이 있는 한국에 발 붙여 여러 사업 기회를 모색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산업이 전공정 중심에서 벗어나 패키징까지 아우르는 통합 공정 체제로 재편되면서, 해외 후공정 기업들도 한국 내 영향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장비사 가운데 하이브리드 본더 기술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한화세미텍을 파트너로 낙점했다. 한화세미텍은 SK하이닉스 등 주요 고객사에 하이브리드 본더 샘플 장비를 공급해 평가를 진행 중이다. 지난 2월에는 2세대 하이브리드 본더 'SHB2 Nano'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양사는 JV 설립이 과감한 시도인 만큼 리스크 헷징(위험 회피) 방안도 함께 고려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세미텍과 램리서치는 JV 설립을 논의하던 당시 불확실성에 대비해, 국내 투자자들도 JV에 함께 출자하는 구조를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양사의 시너지가 기대치에 못 미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올해 초 관련 논의를 중단했다. 한화세미텍의 문을 먼저 두드렸던 램리서치가 보수적인 기조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는 후문이다.
앞선 관계자는 "램리서치 본사 경영진 내부에서 기존 사업에 집중하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다"며 "램리서치는 최근 경영진 일부 교체한 이후 새로운 시도보다는 기존 사업에 집중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세대 HBM에서 하이브리드 본더 도입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도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는 차세대 HBM 패키지 높이 기준을 HBM4 기준 775㎛에서 900㎛ 수준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패키지 두께가 증가할 경우 메모리 기업들은 기존 열압착(TC) 본더 사용을 유지할 수 있다.
한편 한화세미텍은 램리서치와 결별한 이후 네덜란드 프로드라이브와 손잡고 하이브리드 본더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프로드라이브가 한화세미텍 하이브리드 본더에 탑재되는 핵심 부품 설계를 맡는 방향으로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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