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위협하며 1400원대가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새해 들어 고환율 기조가 지속한다면 우리 기업들의 경영전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은 내수형 기업과 수출 주도형 기업간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딜사이트는 고환율이 산업계에 끼칠 영향과 대응책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김정희 기자] 국내 완성차 업계가 고(高)환율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환율 상승은 해외 판매 비중이 큰 자동차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호재지만, 동시에 미국 현지 투자 비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달 발간한 '2026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은 미 달러화의 글로벌 약세와 경상수지 흑자 기조 유지 등으로 전년 대비 약세 흐름이 완화돼 1400원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국내 완성차 업계 실적의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내수 판매보다 수출 등 해외 판매 비중이 높아 환차익(환율 변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전체 판매의 82.7%에 해당하는 342만5226대를 해외에서 판매했다. 기아(82.4%), KG모빌리티(63.5%), 한국지엠(96.7%) 역시 수출 비중이 높다.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환차익 규모는 최소 수십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한다. 현대차는 3분기 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이 5% 상승할 경우 순이익(법인세 차감전)이 1517억원 늘어난다고 밝혔다. KG모빌리티는 환율이 10% 오를 경우 33억원 상당의 환차익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의 경우 환율이 100원 오르면 연간 영업이익이 각각 2조2000억원, 1조3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시장 한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해외에서 벌어들인 매출과 이익이 원화로 환산되면서 확대된다"며 "국내에서 발생하는 주요 원가는 상대적으로 변동이 적어 차량당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 역시 "환율이 오르면 차량 수출 측면에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다"고 말했다.
고환율에 따른 실적 개선은 미국발 관세 부담을 상쇄하는 방패 역할도 할 전망이다. 한국산 자동차는 지난해 4월 미국의 고율 관세(25%) 도입으로 큰 타격을 입었으나, 11월 한미 협상 타결로 관세율이 15%로 인하되며 한숨을 돌린 상태다.
그렇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무관세였던 것과 비교하면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는 관세 여파로 지난해 수조 원대 비용을 부담했다. 지난해 2분기 각각 8282억원, 7860억원이었던 관세 지불액은 3분기 들어 현대차 1조8210억원, 기아 1조2340억원까지 불어났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뉴노멀이 된 환율 수준이 막대한 관세 부담을 덜어주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고환율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해외 생산기지 투자 비용을 키우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수출과 달리 해외 투자는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야 해 환율 변동성은 비용 리스크 요인이 된다. 특히 지난해 미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현대차그룹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8월26일 향후 4년 간 미국에 26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1395원) 기준 투자 금액은 약 36조1000억원 규모였다. 하지만 현 시점의 환율(9일 기준 1458원)을 적용하면 대미 투자 금액은 38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이외 현대차그룹은 북미 배터리 공급망 확보를 위해 LG에너지솔루션·SK온과 함께 수조원을 들여 합작 공장도 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환율 상승은) 수출에서는 수익성 향상에 일조하지만, 해외 투자 비중이 큰 경우에는 비용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며 "환율이 높고, 변동성이 심한 만큼 연간 계획을 세우는데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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