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한호건설이 추진 중인 세운 3-2·3구역 오피스 개발사업이 회사 재무구조에 중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녹지도심 정책에 따라 사업 구역이 통합되면서 공사 기간이 길어졌고 그 사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리 상승과 공사비 급등이 겹쳐서다.
금융비용과 원가 부담이 급증한 가운데 종로권 오피스 공급 과잉으로 거래가격까지 빠르게 하락했다. 이에 준공 후 오피스 빌딩을 매각하더라도 원가를 회수하기 어려운 구조적 적자 사업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채가 자산을 웃도는 재무 상황 속에서 세운 3-2·3구역 사업은 한호건설의 존폐를 가를 핵심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호건설이 시행을 맡은 세운 3-2·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은 지난해 3월 착공에 들어가 현재 철거를 마치고 토목 공사를 진행 중이다.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가 착공하면서 준공 목표 시점은 2029년 11월로 설정됐다.
이 사업은 서울 중구 입정동 175-1번지 일원에 대지면적 8240㎡, 연면적 17만749㎡ 규모의 지하 9층~지상 36층, 2개 동 업무시설(오피스 빌딩)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시공은 포스코이앤씨, 신탁은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이 맡고 있다.
세운 3-2·3구역은 한호건설이 시행하는 대표 사업지로, 지난 20년간 서울시 정책 변화에 따라 사업 추진이 반복적으로 지연돼 온 곳이다. 박원순·오세훈 전·현직 서울시장 재임 기간 동안 세운지구 개발 방향이 수차례 바뀌면서 인허가 절차를 다시 밟는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2022년 4월 오세훈 시장이 세운 3-2·3구역을 '녹지 생태도심 재창조 전략' 선도 사업지로 선정하면서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았다. 녹지 확보를 전제로 인접 구역을 통합하고 고층·고밀 개발을 허용하는 정책에 따라 박원순 시장 시절 분리돼 있던 3-2구역과 3-3구역은 하나의 사업지로 통합됐다.
용적률 상향이라는 수혜에도 자금 조달 과정이 순탄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기존에 브릿지론 PF대주단은 2023년 1월 최초로 브릿지론을 실행한 이후 6개월 단위로 네 차례 만기 연장을 반복했다. 본PF 전환이 지연되면서 사업 좌초 우려도 제기됐으나 2024년 12월에야 가까스로 1조7500억원 규모의 본PF 대출을 성사시키며 착공 단계에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한호건설은 고금리 브릿지론을 장기간 끌고 가야 했다. 3-2구역 1100억원, 3-3구역 800억원 등 총 19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 금리는 연 10~13% 수준으로, 연간 이자비용만 200억원 안팎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사업 진척 없이 이자 부담만 누적되는 구조가 이어진 셈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금리 급등과 정책 전환에 따른 사업 재검토, 각종 심의 지연이 겹치며 공사 기간은 기존 계획(36개월)보다 크게 늘어난 약 56개월로 확대됐다. 그 결과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동시에 불어나며 개발원가는 평당 3500만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당초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됐다면 평당 2200만원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통합 개발로 용적률 상향 효과를 얻었지만 그만큼 공공기여 비중이 기존 11%에서 25%로 확대됐으며 여러 비용을 고려해 보면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되지는 못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오히려 사업 추진 일정 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가 사업성을 잠식했다.
여기에 본PF 전환과 착공이 이뤄지더라도 곧바로 사업 리스크가 해소되는 구조가 아니다. 종로권 오피스 시장에서 공급 과잉과 거래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업이 형식적으로는 정상 궤도에 올랐지만 오피스 빌딩 매각 가능성과 수익성 확보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실제 두 개 동 가운데 하나는 선매입 약정이 체결됐지만 나머지 한 동은 준공 이후 통매각해야 하는 구조다. NH투자증권이 자금 약정과 함께 준공 후 약 9500억원 규모의 오피스 빌딩 선매입을 확약했음에도 잔여 물량의 추가 인수자 확보 여부가 향후 사업 부담을 좌우할 전망이다. 특히 인근 오피스인 '을지트윈타워'가 지난해 12월 말 기준 평당 2500만원 수준에 거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평당 3500만원에 달하는 현 사업 원가를 온전히 회수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사업 리스크는 한호건설의 취약한 재무 구조와 맞물리며 부담을 한층 키우고 있다. 지난 2024년 기준 한호건설은 자산총계 6957억원, 부채총계 8192억원으로 부채가 자산을 1200억원 이상 웃도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다. 자체 자본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세운 3-2·3구역 사업은 고금리 이자비용이 장기간 누적되며 재무 부담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향후 오피스 빌딩 매각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가 손실이 발생하면서 재무 구조 전반에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한 부동산개발협회의 관계자는 "개발사업의 수익 구조는 사업장별 입지와 용도, 분양·임대 여건, 금융비용, 공사기간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달라진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준공 이후 물량이 제값에 제때 팔릴 수 있느냐"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시의 정책 변동으로 용적률이 두 배로 높아졌다고 해서 개발사업의 수익성이 단순히 두 배로 늘어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정비사업 현장에서도 공공기관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기 보다는 사업 제약과 비용 증가를 감안해 사업 추진이 신속하게 마무리되는 방안을 선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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