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준 차장] 10년 넘게 표류해 온 서울 삼성동 GBC(글로벌 비즈니스센터)사업의 개발계획이 이달 초 확정됐다. 기존에는 105층짜리 초고층 빌딩을 올릴 계획이었지만, 이번에 바뀐 계획은 층수를 낮추는 대신 건물 동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최종 정리됐다.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인 현대차그룹이 직접 개발하는 부지임에도 랜드마크보단 효율성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겉으로 보면 단순 설계의 변화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개발 논리 자체가 달라졌다는 신호에 가깝다.
변경 계획안을 살펴보면 GBC는 높이 242m에 49층 3개동으로 구성된다. 건축법에 따르면 초고층건축물은 높이 200m 이상 또는 50층 이상인 건축물으로 규정되기 때문에 결국 GBC는 법적으로 초고층 건축물에 포함된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이 49층을 선택한 것은 50층 이상 건축물에 적용되는 까다로운 규제를 피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50층이라는 기준을 넘는 순간 건축비용이 급격히 증가해 사업수지를 맞추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초고층 건축물에는 피난안전층 설치가 의무화되고 구조·자재 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공법 역시 복잡해지며, 소방과 안전 관련 규제는 한 단계가 아니라 여러 단계로 겹쳐 적용된다. 문제는 이 모든 변화가 공사비와 금융비용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초고층에서는 공사비가 단순히 늘어나는 수준을 넘어선다. 높아질수록 특수공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평당 공사비가 급격히 늘어난다. 또한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금융비용도 대체로 함께 불어난다.
이 지점에서 선택지는 분명해진다. 수익성의 관점에서 보면 49층 이상을 고집할 이유가 사라진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GBC 개발계획은 그 판단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대차그룹은 자금력과 기술력을 모두 갖춘 국내 대표 기업이다. 그럼에도 초고층 랜드마크 대신 효율적인 공간 구성과 사업성 확보를 택했다. 이는 개별 기업의 보수적 판단을 넘어, 현재 개발 환경에서 초고층이 더 이상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전체 높이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GBC는 외형적인 높이를 유지하면서도, 법적 기준선인 50층 아래에 머무르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층수만 조정해 초고층에 적용되는 일부 규제를 피한 셈이다. 이를 두고 편법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규제와 수익성 사이에서 찾아낸 가장 합리적인 해법에 가깝다.
결국 이번 GBC 사례는 개발 사업을 넘어선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자금 여유가 있는 글로벌 대기업조차 상징성보다 효율을 우선시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서울 도심에서 초고층 개발이 다시 추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초고층은 더 이상 비용과 리스크를 감안하면서 굳이 감수할 필가 없는 선택지가 됐다.
앞서 완공한 초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로 인한 학습효과도 있다. 통합 사옥 목적인 GBC와 레지던스가 함께 있는 롯데월드타워의 사용목적이 다소 다르더라도 초고층건축물의 운영이 쉽지 않다는 점은 이미 확인했다. 롯데월드타워가 랜드마크로 선점한 부분도 명백한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괜히 경쟁에 나설 가치도 없다.
결국 마천루 경쟁은 한풀 꺾인 시대에 접어들었다. 코로나 팬더믹부터 시작된 나비효과가 건설비 인플레이션까지 이어지며 과거와 같은 무차별적 높이 경쟁은 무의미한 시대로 만들었다. 이젠 얼마나 높게 짓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마천루를 감당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