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고 정창선 중흥그룹 창업회장의 지분 상속을 둘러싸고 상속 구조에 따라 총수 일가의 세 부담과 지배력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그룹 지배력은 정원주 회장을 중심으로 사실상 정리된 상태지만 남은 지분을 어떤 방식으로 승계하느냐에 따라 세금 규모와 정 회장의 지배력 강화 폭도 달라질 수 있어서다.
◆ 법정상속 불가피…세 부담 4300억원대추산, 경영권 영향은 제한적
정 창업회장의 유언장이 없는 만큼 법인을 통한 직접 승계나 우회 이전 방식은 사실상 적용이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법인은 민법상 법정상속인이 될 수 없어 유증 등 별도의 법률행위가 없는 이상 직접 상속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상속은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로 나뉜다. 법정상속 비율에 따른 분할과 상속인 간 협의에 따른 분리·집중 상속이다. 상속인 간 별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배우자와 자녀가 민법상 법정 비율에 따라 재산을 나누게 된다.
배우자와 자녀 2명이 공동상속인일 경우 배우자 1.5, 자녀 각각 1의 비율이 적용된다. 이를 단순 환산하면 배우자 안양임 씨 33.3%, 장남 정원주 회장과 차남 정원철 시티건설 회장, 장녀 정향미씨가 각각 22.2%씩 상속받는 구조다.
정 창업회장이 보유한 중흥건설(76.74%), 중흥주택(94.65%), 중흥건설산업(81.66%), 세흥건설(13.8%), 나주관광개발(14.16%) 지분 가치는 총 7257억원으로 추산된다. 최대주주 할증(20%)을 적용하면 과세표준이 높아지면서 전체 상속세는 약 4350억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이를 법정 비율(33.3% : 22.2% : 22.2%)로 단순 배분하면 배우자는 약 1450억원, 세 자녀는 각각 약 970억원 안팎을 부담하는 구조다. 다만 실제 세액은 배우자공제, 일괄공제, 금융재산공제 등 각종 공제 항목과 주식 평가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중흥토건이 이미 중흥건설 지분 40%대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인 만큼 이번 상속으로 일부 지분이 분산되더라도 곧바로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정원주 회장을 중심으로 한 '원톱 체제'가 이미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 장남 집중 상속 시 세 부담 2600억원대…대우건설 절대 지배력 완성
대우건설 지배력과 직결된 핵심 지분을 장남인 정원주 회장에게 집중시키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대우건설과 연결된 지분은 정 회장에게 몰아주고 차남 등 다른 상속인에게는 부동산·현금 등 비핵심 자산을 배분하는 협의분할 방식이다. 이 경우 정 회장의 세 부담은 크게 늘어나지만, 그룹 지배구조의 안정성은 한층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이 경우 중흥건설과 중흥건설산업 지분을 정 회장에게 집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우선 중흥건설은 대우건설 지분 10.15%를 보유하고 있다. 중흥건설산업은 중흥건설 지분 9.4%를 들고 있어 지배구조상 대우건설로 이어지는 간접 지분 고리를 형성한다. 고(故) 정창선 창업회장은 중흥건설산업 지분 81.7%를 보유하고 있었다.
정원주 회장은 이미 중흥토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흥토건은 대우건설 지분 40.60%를 가진 최대주주다. 여기에 중흥건설(10.15%) 지분까지 단독 상속받을 경우 대우건설 지분의 과반이 넘는 50.75%를 간접 지배하게 된다.
중흥건설산업 지분 81.7%까지 모두 상속받으면 이를 통한 대우건설 간접 지분 약 0.78%가 추가돼 지배력은 소폭 더 강화된다. 다만 중흥건설산업의 지분율 자체는 크지 않아 사실상 중흥건설 지분 확보만으로도 과반 지배력은 완성되는 구조다.
법적으로 개인이 대우건설 지분을 직접 50% 이상 보유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핵심 계열사를 완전 지배하는 구조인 만큼 실질적인 지배력은 과반을 상회하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선 정 회장이 의결권 기준 50%를 넘기면 주주총회 보통결의 사항을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과반 지배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사 선임·해임, 재무제표 승인 등 주요 안건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고,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도 외부 주주의 영향력은 크게 제한된다. 다만 정관 변경이나 합병 등 특별결의 사항은 별도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다만 그만큼 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중흥건설 지분 가치는 약 3866억원, 중흥건설산업 지분 가치는 588억원으로 평가된다. 최대주주 할증을 적용한 과세 대상 가액은 약 267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최대 10년에 걸쳐 분할 납부하더라도 단순 계산 시 매년 300억원 안팎의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결국 이 시나리오는 '세 부담 확대'와 '지배력 공고화'를 맞바꾸는 구조다. 이미 그룹 경영권이 장남 중심의 원톱 체제로 구축된 상황에서 핵심 계열사 지분을 한데 모아 승계할 경우 세금 부담은 커지지만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은 사실상 제거할 수 있다. 특히 대우건설로 이어지는 지배 고리를 명확히 정리함으로써 향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낮추고 의사결정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 같은 방식이 현실화될 경우 중흥주택, 나주관광개발, 세흥건설 등 지배구조와의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계열사 지분은 다른 상속인에게 배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핵심 지배축은 장남에게 집중하되 비핵심 자산을 통해 형제 간 균형을 맞추는 방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원주 회장이 핵심 지분을 모두 물려받아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시나리오가 그룹 미래를 위해 합리적이지만, 매년 수백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개인 자금으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결국 중흥토건 등 핵심 계열사의 배당 확대나 주식담보대출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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